"1월에 (롯데백화점에서만) 3600(만원) 썼어요." 최근 웨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예비부부의 글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시대'에도 일생일대 행사인 결혼 준비에는 이처럼 수천만원의 예산이 오간다.
웨딩 성수기로 들어서는 4월을 두 달여 앞두고 백화점들이 예비부부 공략을 위해 맞춤 프로모션에 나섰다. 코로나19 시기 '오픈런'이 이어지며 호조를 보인 백화점 명품 매출이 최근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예비부부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은 이달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해 예비부부 지갑을 공략한다. 혼수로 많이 준비하는 가전과 명품 시계 주얼리 등을 중심으로 추가 할인 혜택을 편성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전점에서 '올 어바웃 프리미엄 웨딩(프리미엄 웨딩에 관한 모든 것)'을 주제로 웨딩페어를 진행한다.
대표 프로모션은 '웨딩마일리지 더블 적립' 프로모션이다. 해당 기간 디올 구찌 프라다 등 해외 패션 브랜드와 IWC 쇼파드 쇼메 등 시계·주얼리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 개 브랜드에서 구매 시 웨딩마일리지를 최대 두 배 적립해준다. 이달 15일까지 '롯데웨딩멤버스'에 새로 가입하는 예비부부에게 웨딩마일리지 20만점을 추가로 증정하는 사전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1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더현대 웨딩위크' 행사를 연다. 전국 점포에서 현대백화점 웨딩 멤버십 '클럽웨딩'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클럽웨딩 회원은 가입 후 9개월간 구매한 금액을 적립해 최대 5%를 H포인트로 받을 수 있다.
행사 기간 현대백화점 카드로 가전 명품 패션 등 브랜드에서 구매하면 금액별로 최대 12.5%까지 사은 혜택을 제공한다. 명품 시계 주얼리 매장에서 제품 구입 시 웨딩마일리지를 기본 적립금의 2.5배까지 적립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웨딩 시즌을 맞아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혼인 건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예비부부는 한 번에 수천만원 예산이 움직일 정도로 '큰 손'이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 확산과 코로나19를 거치며 고급 웨딩 및 관련 혼수 수요는 되레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몇년간 톱스타 커플의 결혼식으로 명품 혼수와 럭셔리 웨딩 선호가 강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주요 5성급 호텔에서는 올해 상반기 성수기(4~6월) 주말 웨딩은 대부분 예약이 다 찬 상태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팝페라 가수 고우림과 결혼식을 올린 서울신라호텔을 비롯해 호텔롯데의 시그니엘 서울과 롯데호텔 서울, 파르나스호텔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역시 연중 웨딩 성수기 주말 예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웨스틴 조선 서울과 조선 팰리스 역시 상·하반기 가장 선호되는 토요일 예식을 중심으로 90% 이상 예약이 마감됐다. 세부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이 같은 5성급 호텔 예식은 하객 300~400명이 참석하는 경우 1억원 이상 예산을 잡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호텔업계의 웨딩비용 인상과 예약 호조로 주요 5성급 호텔의 연회 부문 매출은 호조를 나타냈다. 일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경우 지난해 웨딩 매출이 각각 14%, 25% 증가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엔데믹으로 결혼식을 미뤘던 예비부부의 성혼이 대부분 소화돼 올해 예약 건수는 다소 줄었다"면서도 "한층 규모가 큰 결혼식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면서 관련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