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인사까지 간섭하는 용산…숨죽인 공직사회 [관가 포커스]

입력 2024-02-14 11:15
수정 2024-02-14 15:55
“용산 대통령실에 간부 승진·전보 인사계획을 올렸지만, 반려당했습니다. 해당 간부들에게 무슨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세종시에 있는 한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한숨을 쉬었다. 무슨 얘기일까. 정부 부처는 이달부터 국·과장급 간부 대상으로 정기 인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통상 과장급 보직 간부에 대한 인사는 소관 부처에서 총괄하지만, 고위공무원단 인사는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주도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무원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던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은 폐지됐다. 대신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할 인사정보관리단이 법무부 산하에 신설됐다. 현직 검사와 경정급 경찰 간부와 국가정보원, 감사원 소속 공무원 등이 배치돼 있다.

인사 검증에 대한 강도는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통령실의 입김이 커졌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A부처의 실장급 간부는 “과거엔 대부분 고공단 인사만 대통령실에서 체크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부이사관이 임명되는 국장급 보직까지도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이달 초 단행된 B부처 국장급 인사에서도 사전에 여러 차례 대통령실로부터 반려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서에선 용산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있는 과장급 간부들을 주요 핵심 보직에 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공무원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부처는 과장급 간부 인사까지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간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경제부처의 주요 보직 과장 인사는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세종 관가에서 들리는 공통적인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부처 인사는 대통령실 지시로 당초 인사계획이 변경되면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보직 과장 한 명이 바뀌면 연쇄적으로 다른 보직도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