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20대 안 모씨 사건과 관련해 배달기사와 시민 1500여명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법은 강화됐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음주에 관대한 운전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끝까지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노동자는 도로 위가 작업장”이라며 “도로 위에서 일하는 화물·택배·대리 기사 등 많은 노동자에게 음주 운전은 마치 흉기를 들고 내 일터에 뛰어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설 연휴 기간 실시한 ‘음주사고 관련 긴급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배달노동자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0% 이상이 자신이 직접 음주사고를 당하거나 주변의 사고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근무 중 음주 운전자를 발견했다는 응답은 60%로 집계됐다. 만취 운전을 하거나 도로 위에서 잠이 들고 술집에서 나와 비틀대며 운전대를 잡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례들이다.
안 씨는 지난 3일 오전 4시40분께 서울 논현동에서 술을 마시고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오토바이를 몰던 50대 배달기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당시 안 씨는 자기 반려견을 끌어안은 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안 씨는 검찰에 구속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