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호날두 좋아합네다"…北에서 어떻게 봤지?

입력 2024-02-13 08:42
수정 2024-02-13 08:52


북한의 선전 체제를 홍보하기 위해 개설된 것으로 보이는 유튜브 채널에서 북한 주민들이 해외 유명 선수들을 언급하면서 '불법 중계'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구글이 지난해 6월 채널을 삭제한 북한 유튜버의 콘텐츠가 다시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추가로 게재된 콘텐츠 중 북한의 축구 인기와 교육을 소개하는 콘텐츠에서 북한 주민들이 "메시를 좋아한다", "호날두를 좋아한다", "파리생제르망을 응원한다"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정식 중계권이 없는 북한에서 어떻게 해당 선수들의 중계 영상을 볼 수 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자신을 '양인신'이라고 소개한 여성이 중국어로 '북한의 호화 주택(luxury house)에 사는 사람들' 콘텐츠, 해당 시설을 소개하는 콘텐츠 등 3개가 지난해 8월 1일 연이어 게재됐고, 이후 채널이 폐쇄된 유미(올리비아 나타샤)의 영상 10편이 8월 21일 연달아 게재됐다. 해당 콘텐츠에서는 승마를 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며 킹크랩과 불고기 '먹방'을 하는 등 유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북한 일부 부유층의 일상을 보여주는 콘셉트로, 북한 체제를 선전한다는 비판받은 이전 영상들과 동일한 것도 있다.

논란의 영상은 '북한 축구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호날두 또는 메시'라는 제목으로 유미가 북한의 엘리트 축구 교육 시스템을 소개하며 "북한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프로축구팀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축구선수들과 관련자들에게 "어떤 선수, 어떤 팀을 응원하냐?"고 질문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진출했던 한광성과 크리스티안 호날두를 언급하며 "한광성도 이곳에서 교육받았다"고 말했다. 한광성은 '인민 호날두'로 불리며 유벤투스FC로 이적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2020년 8월 카타르에서의 리그 경기를 끝으로 사라졌다. 이후 이적료 대부분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지적이 나왔다.

한 축구선수는 "리오넬 메시를 좋아한다"며 "힘들지만, 메시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축구를 즐겨본다"며 이강인이 뛰고 있는 프랑스 프로 축구 인기 구단 파리생제르망(PSG)를 가장 좋아하는 팀으로 꼽았다. 또한 "최근 떠오르는 선수로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 엘링 홀랜드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해외 축구 리그를 무단으로 방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에도 EPL 관계자는 VOA에 "프리미어리그와 북한은 이번 시즌 중계권(media rights)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며 "북한이 지난 1년 반 동안 약 130차례 무단 방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EPL 중계료는 일반적으로 경기당 1000만파운드(한화 약 168억원)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훗스퍼, 황희찬이 있는 울버햄프턴 2개 구단 경기는 빠졌다. 당시 VOA는 "북한이 중계한 경기에 등장한 팀이 주로 1∼6위에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의 경기가 제외된 건 의도적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도 FIFA는 북한이 지난해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렸던 여자 월드컵 축구 경기를 무단 중계한 사실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북한에 보냈다. FIFA는 북한이 당시 방영했던 여자 월드컵 중계화면을 확보하고 그간 경위를 조사한 결과 중계권을 구매하지 않은 채 무단 방영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