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의 체크카드를 활용한 신종 채용·승진 비리는 복마전 수준이다. ‘정직원, 승진만 되면 투자금의 몇 배는 뽑을 수 있다’고 꼬드기며 건당 수천만~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부산지방검찰청 수사 결과 드러났다. ‘신입 채용엔 5000만원, 조장은 1억원’을 상납해야 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동계에서 이런 후진적 비리가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더 기가 막힌 건 부산항운노조의 취업 비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만산업의 특성을 틈타 부산항운노조는 설립 이후 60년 이상, 부산항 개항과 함께 항운단체가 생겨난 지 130년 넘게 사실상 노무인력 공급 독점권을 휘둘렀다. 8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노조로, 하역근로자의 임금협상 등을 맡는 동시에 조합원을 고용해 사업을 하는 기형적 형태를 유지해 왔다. 노조 힘이 워낙 강하다 보니 견제하는 단체도 없었다. 이런 환경이 비리의 온상 역할을 한 셈이다. 2005년 채용 비리로 지도부를 비롯한 30여 명이 처벌받은 후 여러 차례 쇄신책을 내놓고 자정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독점해온 항만 노무인력 채용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지만 시늉에 그쳤다. 2007년 항만 노무 상용화 도입으로 100여 년간 도급제에 의지하던 인력 운영 체계에 변화 계기를 맞았지만, 노조의 위세에 눌려 유명무실한 상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배경에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만 노동자가 장기간 파업을 일으킬 경우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는 현실적 문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노조의 채용·승진 비리가 기회 균등과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흔드는 범죄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부산항운노조만의 일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경찰 등이 나서 노동계 인사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비리 카르텔’이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게 최소한의 장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노조 뿌리가 깊은 선진국에도 다 있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