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전역이 사막인 나라. 경기도 크기에 인구는 273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국민은 30여만 명이고 나머지는 인도, 파키스탄 등 출신 외국인 노동자다. 얼마 전 아시안컵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아시아 신흥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카타르 얘기다.
카타르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58위. 아시아에선 일본, 이란, 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여섯 번째다. 1970년 뒤늦게 FIFA에 가입해 첫 승을 거두는 데만 4년이 걸렸다. 1981년엔 FIFA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준우승을 일군 이 황금세대도 아시안컵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도 늘 꿈에 그쳤다.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대거 귀화시켰지만 중동의 다크호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국으로 결정된 2010년부터 자국 리그와 선수 육성에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부었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 천연가스 수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원부국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실을 본 것이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8강전에서 한국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막상 2022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는 힘 한번 못 쓰고 3전 전패를 당했다. 조별리그를 3패로 마감한 첫 개최국이라는 불명예도 썼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월드컵 때 구긴 체면을 조금은 만회했다. 아시안컵에서 이란을 이긴 팀은 다음 경기에서 패한다는 ‘이란의 저주’도 깼다.
카타르의 축구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UAE와 ‘중동의 허브’ 경쟁을 펼치는 카타르의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 중심에 축구가 있기 때문이다. 8대 에미르(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가 이강인 음바페 등이 뛰는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의 구단주일 정도다. 그러니 대표팀 감독 자리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이 든 성배’다. 1년 새 3명이 교체된 경우도 있다. 명장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도 이번 아시안컵을 한 달 앞두고 짐을 싸야 했다. 중동의 ‘축구 굴기’에 한국도 긴장해야 할 때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