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계 거물로 꼽히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13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일러 스위프트의 도쿄 콘서트 현장 사진을 게재하며 "잘 섭외해서 ‘헬로 서울’이란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기에 와서 헬로 도쿄라는 말을 듣는다"는 글을 썼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해외 슈퍼스타들을 27차례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동안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퀸, 레이디 가가, 비욘세, 스티비 원더, 브루노 마스 등 가수들을 섭외해 한국 공연계의 수준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각국 정부들까지 관심을 보인 섭외 각축전에 우리는 대형 공연장이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스위프트의 도쿄돔 콘서트 공연 진행 과정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그는 "한 곡 한 곡 다른 무대 세팅을 선보이는 공연이어서 수많은 인원이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무대 좌우에 두 개의 밴드를 배치하여 좌우 미러 이미지를 만든 무대도 처음 본다"고 감탄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일본 도쿄돔에서 '디 에라스 투어' 공연을 네 차례 선보였다. 그는 오는 3월 싱가포르에서도 여섯 번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나 한국은 '패싱'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4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주경기장은 리모델링 공사가 오는 2026년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2만5000명을 수용하는 고척돔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위한 내부 공사에 한창이다. 이 밖에 4만5000여명 규모의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문제로 공연을 개최할 경우 논란이 커진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에 "팝스타 중 한국 공연을 원했으나 투어를 감당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스타들이 K팝의 종주국인 한국을 지나치게 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한편 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2006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위프트가 공연을 여는 도시마다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발생해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2023년 3월 시작된 에라스 투어는 대중음악 투어 역사상 최초로 공연 수입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에라스 투어는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는데 20억달러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