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국내 증시는 반등 중이지만 개인들은 이른 차익 실현에 나서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02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 조 단위 순매도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449억원, 49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8조204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6조4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7.13% 올랐다. 상승 랠리에서 외국인이 지분율을 높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하차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기준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시가총액 기준)은 33.39%다. 올해 들어 지분율이 0.5%포인트가량 올랐지만, 최근 8년래 외국인 평균 지분율 35.1%를 크게 밑돈다. 2019년에는 외국인 평균 지분율이 38.2%까지 오른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 자금의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증시를 떠난 개인 투자자 자금 중 상당수는 해외 증시를 향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최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11억5800만달러(약 1조5384억원)로 집계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고가를 경신한 미국·일본 증시와는 달리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개인 투자자들은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손실권에 있던 자금을 빠르게 차익 실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외 증시를 향한 개인 투자자의 성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로, 5억8027만달러(약 77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17억6500만달러)의 약 3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간 테슬라 주가는 24.29%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중국 업체 비야디(BYD)에 내줬고,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밑돈 영향이다.
테슬라 주가가 오를 때 2배 이익을 얻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도 1억79만달러(1340억원)어치 사들이며 해외주식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