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배 등 과일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이례적으로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 과실 품목의 기여도는 0.4%포인트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2.8%(전년 동기 대비) 중 7분의 1이 과일값 상승 때문이란 뜻이다. 통상 과실 기여도가 0.1~0.2%포인트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0.4%포인트는 매년 1월 기준으로 2011년 1월(0.4%포인트)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수산물 기여도는 0.02%포인트였다. 축산물은 오히려 0.01%포인트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사과 배 등 제수용 과일 가격이 치솟아 설 연휴 내내 화제가 됐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사과 도매가는 ㎏당 6326원으로 1년 전보다 158.39% 급등했다. 통계청 물가 지표에서 지난달 배 가격도 1년 전보다 41.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감귤 가격은 2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산 제주산 노지 온주밀감의 도매 평균가는 5㎏당 1만3214원이었다. 연합회가 가격 집계를 시작한 1997년 후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가인 2022년산 9308원보다 42% 높은 가격이다.
과일값 급등으로 식료품물가 상승폭은 소비자물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달 식료품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라 상승폭이 전체 소비자물가(2.8%)의 두 배에 달했다.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세까지 겹쳐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다시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2∼3월 물가는 3% 내외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이광식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