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주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투자 바람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부 종목은 탄탄한 실적을 내고도 투자자들의 외면에 단기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테마를 중심으로 IT주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알짜 기술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PBR주 교체 매매에 주가 뚝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8일 0.73% 오른 2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 주가는 올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초 오픈AI의 GPT스토어 출시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를 거치며 23만원대까지 회복했지만, 지난달 17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을 발표한 이후 31일까지 12.83% 하락해 20만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2일엔 9.38% 급등했다가 3거래일 만에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카카오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5.53% 올랐다가 이후 31일까지 14.08% 급락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급등락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17일 이후 외국인이 1525억원, 기관은 250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PBR이 각각 1.4배, 2.4배로 높은 편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팔고 저PBR주를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기관은 현대차 신한지주 삼성물산 ㈜LG SK㈜ 등을 종목별로 1300억~5300억원어치씩 순매수했다. 외국인 역시 현대차를 1조2000억원 넘게 순매수하고,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등도 2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IT주뿐 아니라 연초 급등한 코스닥 AI 관련주도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AI 테마주’로 분류되며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누린 종목이다.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주가가 202.37% 뛴 이스트소프트는 8일까지 주가가 33.05% 빠졌다. 같은 기간 폴라리스오피스도 85.10% 올랐다가 18.90% 내렸다. 이들 종목의 PBR은 각각 5.5배, 5배에 이른다. “기술력 갖춘 AI주 저가 매수 기회”주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주의 실적은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조6706억원, 영업이익 1조4888억원을 기록했다. 한 해 전보다 각각 17.6%, 14.1% 늘었다. 모두 역대 최대 수치다.
중소형 AI주에서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젬백스링크는 글로벌 자율주행 유니콘기업인 포니에이아이(Pony.ai)의 투자를 유치해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포니에이아이 창업자와 경영진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멤버로 선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선 AI를 중심으로 대형 기술주를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721.33달러(약 96만1500원)에 마감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선 ‘저PBR 테마 장세’에 잠시 가려졌지만 올해도 기술주는 AI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뚜렷하다”며 “기술력과 사업성이 있는 성장주를 선별해 저가 매수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