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연내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퀵커머스는 주문 후 30분~1시간 이내에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마트와 쿠팡 등 대형 유통사들이 앞서 퀵커머스에 도전했다가 철수한 가운데 컬리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퀵커머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권에서 시범 운영한 뒤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배송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퀵커머스를 검토하고 있다”며 “1인 가구 등에서 주문 후 바로 물건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운영 중인 ‘샛별배송’(새벽배송)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배송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퀵커머스 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다.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도심 곳곳에 MFC를 확보해야 한다. 도심의 높은 임차료를 고려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여기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본격화하면서 퀵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창립 9년 만인 지난해 12월 겨우 흑자를 낸 컬리가 퀵커머스 사업에 드는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이마트와 쿠팡 등 대형 유통사들은 퀵커머스에 도전했다가 수익성이 낮아 철수했다. 이마트는 2022년 논현역에 MFC를 마련하고 쓱고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했다.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인 이츠마트를 운영하던 쿠팡도 지난해 서비스 지역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업체로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홈플러스 등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비마트는 경쟁 업체보다 수년 앞선 2018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서비스 수요가 높아져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70여 개 MFC를 확보했다. 요기요는 GS리테일에 인수된 후 전국 1만 개 이상의 GS25·GS더프레시 매장을 기반으로 요편의점과 요마트 등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전국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즉시배송’을 하고 있다.
비마트는 시장이 형성되기 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요편의점과 홈플러스 등은 모두 오프라인 점포를 MFC로 활용해 임차료 부담을 낮췄다.
일각에선 컬리가 편의점 CU의 점포를 MFC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컬리는 지난해 7월 CU와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반 공동 사업 추진 협약을 맺었다. 현재는 컬리 상품을 취급하는 특화 매장을 운영하는 수준으로 협업하고 있지만 퀵커머스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퀵커머스 진출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