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는 새로 합류하는 직원에게 연봉과 별도로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지급하면서, 의무근무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 이를 전액 반환하도록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해당 직원은 1년간만 근무하고 퇴사하면서 "사이닝 보너스는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반환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A회사는 정말로 사이닝 보너스를 반환받을 수 없는 것일까?
우선, 사이닝 보너스가 입사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 것이라면 반환받을 수 없다. 명시적인 반환 약정 없이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한 사안에서,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은 “사이닝 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그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해당 사이닝 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에 그칠 뿐이라면 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 등이 실제로 체결된 이상 근로자 등이 약정근무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이닝 보너스가 예정하는 대가적 관계에 있는 반대급부는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A회사는 명시적으로 반환 약정을 하였으므로, 사이닝 보너스가 단지 입사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한다면 반환받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위반하는 계약은 무효가 된다.
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관하여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고 설시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의무근로기간이 기존의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근로계약과는 별도로 단기간으로 설정되고, 반환 대상인 금전이 임금의 성격을 갖지 않으며, 반환 규모나 액수가 지급받은 금액보다 크지 않고 남은 기간에 비례하는 금액만 반환할 의무가 있고,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 영업비밀 보호, 인재유출 방지 등의 정당한 사업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정 등이 있어,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다.
위 2017다202272 판결은 매각위로금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연봉과 별도로 지급되는 금원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사이닝 보너스에도 위와 같은 취지가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사이닝 보너스에 관한 하급심 판결은 대체로 의무근로기간이 2~3년인 경우를 단기간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회사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되겠으나, 의무근무기간이 2년으로 비교적 단기간이고, 반환 금액도 지급한 금액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이 유효하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의 해석상 반환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약정상 문언 자체로 사용자에게 일정한 귀책사유(예를 들어, 폐업, 임금체불, 부당해고)가 있으면 반환받을 수 없다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법률행위 해석의 법리에 따라 사용자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어야만 반환받을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A회사의 경우 해당 직원의 퇴사 사유가 자발적 사직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A회사가 임금을 체불하는 등 A회사에게 일정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A회사는 사이닝 보너스를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액수가 법원의 재량으로 감액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교육비용 반환 약정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하급심 판결 중에는 교육비용 반환 약정을 ‘근로계약 불이행’이 아니라 별도의 ‘의무근무기간 미준수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반환 금액을 감액한 예가 있다. 즉 교육비용 반환 약정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은 아니지만, 의무근무기간 미준수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어서 민법 제398조에 따라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보고, 반환 금액을 일부 감액한 것이다.
A회사의 경우 의무근무기간 2년 중 1년은 준수되었다는 점에서 반환 금액이 법원의 재량으로 일부 감액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종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