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내역을 사업장 단위로 점검할 방침이다. 리스크가 커진 데 따른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리스트를 사업장 단위별로 살펴보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사별 또는 업권별 리스크 분석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개별 투자 건별 또는 사업장 단위별로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 변화나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사유까지 상세하게 분석할 방침이다. EOD가 발생해 선순위 투자자가 매각 결정하면 후순위 투자자는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다른 금융사의 손실 가능성까지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회사가 있는지도 점검할 방침이다. 국내 부동산과는 달리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해선 직접 실사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과거 투자 시점의 장부가를 그대로 적용해 충당금 확충을 미루는 금융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높은 공실률 등 영향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과 관련한 손실 우려로 신용평가사 피치에 이어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당했다.
국내 주요 금융사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손실을 인식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8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작년 4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과 관련해 약 1300억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4분기에 3500억원의 투자목적자산 평가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