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개에 1만원이라니 손이 '덜덜'…물가 뒤흔드는 과일

입력 2024-02-12 12:13
수정 2024-02-12 12:37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역대급으로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과일 가격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1년 전보다 28% 넘게 뛰면서 식료품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12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3.2%)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6.1%에서 6%로 0.1%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10월(6.9%)부터 넉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점차 둔화하는 추세를 그리고 있지만 속도는 빠르지 못한 흐름이다.

특히 신선과일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전체 식료품 물가 상승 추세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치솟아 2011년 1월(31.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24.4%) 20%대로 오른 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물가상승률(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는 0.4%포인트로 2011년 1월(0.4%포인트) 이후 다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과실류를 구성하는 19개의 가중치가 14.6으로 전체(1000)의 1.5% 미만인 점에 비춰 영향력이 이례적으로 높은 셈이다. 과실류의 물가 기여도는 통상 가중 요인으로 작용하더라도 0.1~0.2%포인트에 그쳤으나 지난해 9~10월 0.4%포인트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0.3%포인트로 주춤했으나 연초 다시 파급력이 높아졌다.

지난달 설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라가는 사과(56.8%) 배(41.2%) 감(39.7%) 등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고, 겨울 과일로 꼽히는 귤(39.8%) 등 가격도 상승폭이 컸다.

과일 몸값이 치솟은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해 기상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 꼽힌다. 통계청 지표에는 정부의 성수품 할인 지원과 대형마트 자체 할인 등이 반영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과일값 상승은 뚜렷한 추세다.

특히 사과의 경우 '金(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높아졌다. 사과는 농촌 고령화로 문을 닫은 노후 과수원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수확을 두 달여 앞둔 7~8월 비가 자주 와 생육이 부진했다. 병충해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었고 일조량이 부족해 품질도 좋지 않아 특품 몸값이 더 비싸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428t으로 전년(2022년) 56만6041t보다 30.3% 줄었다. 수확 가능한 성과수 재배 면적이 2만4867ha로 4.2% 줄어들었고, 10a당 생산량마저 27.3% 급감한 1598kg을 기록했다.

백화점 등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사과 특품 한 개당 가격이 2만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래시장에서도 제수용 사과는 한 개 1만원, 배의 경우 7000원에 달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과일뿐 아니라 채소 등 신선 먹거리 물가도 큰 폭으로 올라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채소 물가는 8.8%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파(60.8%) 토마토(51.9%) 배추(22.7%) 가지(20.7%) 풋고추(13.3%) 오이(10.4%)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이와 함께 식료품 물가를 구성하는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의 상승률도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