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명 이상 다운 받은 명상 앱…공황 발작 부작용 논란

입력 2024-02-09 19:36
수정 2024-02-09 20:46

명상이나 복식 호흡이 불면증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명상 앱도 출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아직 인간 정신에 근접할 만큼 성숙하진 않았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포브스·파이낸셜타임스(FT)·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명상의 유행에 주목한 보도를 쏟아냈다.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명상 앱 시장 규모는 2022년 9760만 달러(약 1300억 원) 규모로, 2030년엔 3억710만 달러(약 4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출시된 명상 앱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캄(CALM)과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전 세계에게 각각 1억5000만 건, 7000만 건 이상이나 다운로드됐다.

이들 명상 앱은 초보자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면 상담·수업·코칭 없이 명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생활 유출에 대한 걱정 없이 AI와 내밀한 상담을 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짧은 수련도 가능하다.

명상 앱은 대부분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의 개별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다. 다른 사용자와 연결해 명상 경험을 공유하는 소셜 기능도 갖춰 소속감을 형성하는 한편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명상 앱의 대표 격인 캄은 상황에 맞는 영상과 음악을 제공하는데, 사용자가 30초에서 30분까지 필요한 명상 콘텐츠를 선택해 이용한다. 매일 다른 주제로 10분 명상하는 '데일리 캄 세션'과 잠들기용 낭독 서비스인 '수면 스토리'가 가장 인기 있다.

최근 들어 명상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2022년 말 자마(JAMA) 정신의학엔 208명에게 8주간 명상 훈련을 받게 하자 항우울 치료제인 렉사프로(lexapro)의 에스시탈로프람을 처방받은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불안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2021년엔 명상을 통한 심리 개선 효과가 인지 행동 치료 또는 항우울제 복용과 동일한 수준이란 보고도 나왔다. 하버드 의과대학 부교수인 사라 라자르는 "걱정·불안이 많은 사람은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 부분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있다"며 "명상은 이 부분을 꺼줌으로써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안·초조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고 WP를 통해 설명했다.

일각에선 전문가의 도움 없이 AI의 지시에 따라 명상하도록 유도하는 앱을 남용하다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맥길대의 심리연구소는 초보자가 혼자 명상하다 공황 발작, 외상성 회상, 이인화, 방향 감각 상실, 정신병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FT는 아직 인간의 심리와 정신에 접근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은 AI 기술을 명상에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AI 명상 앱은 사용자가 털어놓은 망상을 사실로 착각하거나, 이용자의 낮은 자존감을 당연시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벨기에의 30대 남성은 AI 상담 챗봇으로부터 지속해서 자살을 종용받고 이용 6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다.

전문가들은 명상 앱의 효과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맥길대 심리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명상 앱의 효과는 독서·산책 등 유사한 스트레스 해소 활동과 별 차이가 없고, 잠재적인 피해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명상 앱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다년간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