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i>
<i>
</i>
“대전환기를 맞은 로봇 시장의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습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로봇시장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과거 모바일 시장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아이폰 모멘트’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CES 2024’에서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도 홈로봇을 내놓았다”며 “로봇 대중화 시대가 도래한 만큼 경쟁력 높은 플랫폼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다. 주력 상품은 서빙 로봇이다. 미국 맥도날드와 한국 CJ, 신세계푸드 등 글로벌 시장에 공급됐다. 이와 함께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물류의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 마일 배송과 공장에 들어가는 자율이동로봇(AMR)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 대표는 “2017년 창업 후 지금까지 2만여대의 로봇을 시장에 공급했고 이들이 이동한 거리는 지구 70바퀴 이상”이라며 “누적 배달 건수도 2억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보다 먼저 시장에 진출해 쌓은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 대표는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앞으로 훨씬 더 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수년 내에 연간 몇만 대에서 10만대까지도 공급할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빙 로봇에 이어 물류 로봇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 대표는 “물류 현장에선 이미 많은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며 “서빙 로봇에서 구현하는 자체 자율주행과 사물 인지 능력, AI 등 기술력이 더 앞서 있다고 판단해 물류 시장에도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류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식당 밖’ 시장에 대한 성장 잠재력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베어로보틱스는 누적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를 진행 중이며,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하 대표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라스트 마일 배송과 AMR 공급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고도화, 제품 완성도 개선 등에서 다른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베어로보틱스의 목표는 서비스 로봇 시장의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식당 운영을 하다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하 대표의 비전이기도 하다. 하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에서 일했다. 이후 2016년 밀피타스에 있는 순두부 가게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서빙 로봇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듬해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20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40만달러를 투자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 대표는 “엔지니어이면서도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 시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체감한 것이 스타트업 창업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라며 “시장과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을 직원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 대표는 창업을 위해선 자신의 사업과 기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믿음이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며 “본인이 인지한 문제점을 잘 풀어나가고 있는지, 정말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에 집중하면서 일하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