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싼 '탄소 청구서' 날아온다…기업들 "EU보다 가혹해"

입력 2024-02-08 16:50
수정 2024-02-15 16:28
철강 자동차 전자 시멘트 등 국내 주력 제조업체들이 올해 수립되는 온실가스(탄소) 배출권거래제 4차 기본계획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감축목표(NDC) 시기가 6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기업에 배정되는 탄소배출 무상 할당량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NDC 달성을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에 할당하는 탄소배출 무상할당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정할 때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동향을 고려해 직전 계획 기간보다 적거나 같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업은 무상할당 비중 축소를 법제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에 할당량을 준 뒤 기업이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2015년부터 일정 기간의 계획 기간을 두고 유무상 할당량을 적용해 왔다.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 때는 기업에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줬다. 2차(2018~2020년) 때는 유상할당 비중을 3% 설정했고, 2021년부터 시작한 3차 계획 기간(2025년까지)엔 이를 10%까지 높였다. 할당량의 90%를 무상으로 받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시장에서 돈을 들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아직 유상할당 비중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NDC 달성 시기가 6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폭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산업계는 탄소중립에는 공감하면서도 감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호소하고 있다. 감축 여건이 한국보다 좋은 유럽연합(EU)조차 연평균 탄소감축률이 1.98%인 데 비해 정부 목표는 4.4%로 두 배가 넘는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 기술이 현실화하기까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멈춰야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