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시가 대형주 위주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큰손’ 자산운용사들은 숨은 중소형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적 전망이 좋지만 저평가된 종목이다. 변동성 장세에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순환매 흐름이 오면 수혜를 볼 종목으로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시총 3000억원 미만 저평가주에 집중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전날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미디어커머스 기업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지분 8.79%를 새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한국판 룰루레몬’이라고 불리는 국내 대표 애슬레저(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젝시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27억원, 202억원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은 1700억원 수준이다. 실적에 비해 외형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이처럼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이면서 실적이 좋은 중소형주에 많이 투자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건설기계 업체 디와이파워 지분 5.22%를 신규 취득했다. 시가총액 1423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54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 밖에 화장품 용기 업체 펌텍코리아 지분도 5.67%에서 7.71%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올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주와 디스플레이 종목도 매수 대상에 올랐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달 3일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 업체 테크윙 지분 5.02%를 신규 취득했다고 밝혔다. 테크윙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주로 분류돼 올 들어 주가가 약 40% 상승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비메모리 반도체 유통업체 유니퀘스트(5.01%)를 새로 매수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디스플레이 업체 토비스 지분 5%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외국계도 중소형주 관심외국계 자산운용사인 베어링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영상기기 업체 뷰웍스(5.11%→ 6.17%),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8.04%→ 9.1%), 현대자동차그룹 광고계열사 이노션(5.03%→ 6.04%) 등의 지분을 늘렸다고 밝혔다. 코페르닉글로벌인베스터스는 작년 11월부터 LG유플러스 주식을 매수해 지난달 5.1% 지분을 보유하며 3대주주로 올라섰다.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종목도 눈에 띈다. 모건스탠리 계열 자산운용사인 모건스탠리앤씨오인터내셔널피엘씨는 지난해 12월 사들인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 가운데 제주반도체(5.78%→0.76%)와 텔레칩스(5.03%→ 1.92%) 지분을 매도했다. 연말 연초 인공지능(AI) 테마가 불거지면서 급등한 종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액티브 펀드는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기업 가치의 관점에서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펀드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왜 이 기업을 이 가격에 샀는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