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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더욱 커졌다.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에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는 갈수록 확산하는 모습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전월 -0.3%보다 더욱 악화한 수치로, 2009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0.5%)보다도 크게 떨어졌다. 중국 CPI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7월 0.3% 하락하며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 0.1% 상승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다시 고꾸라졌다.
특히 식품 물가가 5.9% 급락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상품 물가도 1.7% 하락했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0.5%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했다. 둥리쥐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지난해 1월엔 춘제(중국 설) 연휴가 있어 비교 기준치가 높아 CPI 상승률이 둔화한 측면이 있다”며 “1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계국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전달 -2.7%보다는 하락폭이 줄었지만, 2022년 10월 -1.3%를 기록한 뒤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생산자가 느끼는 물가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 체감 물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둥 수석통계사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폭이 컸고, 일부 산업 생산이 비수기에 들어가면서 물가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으로 하락한 데다 생산자물가 하락세도 장기간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위드 코로나’를 본격화하면서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5.2%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소비 부진 등으로 4%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춘제 이후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약 1조위안(약 186조원)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은 5개월 연속 동결했다.
중국 증시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전날 증권감독당국 수장을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증시 상황을 보고받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스티븐 이네스 SPI자산운용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 정부가 강력한 재정 정책을 펼쳐야 내수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