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J·신세계엔 일거리 찾는 IB맨 '문전성시'

입력 2024-02-08 19:20
이 기사는 02월 08일 19: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SK, CJ, 신세계그룹이 핵심이에요. 세 곳 모두 작년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됩니다. 이중 한 곳만 잘 잡아도 올해 장사는 크게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한 투자은행(IB) 인수합병(M&A) 담당자는 "IB와 자문사 사이에 이들 그룹사에 대한 거래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업계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8일 IB업계에 따르면 주요 IB들은 올해 SK·CJ·신세계 세 그룹사 일감이 M&A 거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각사 고위 관계자와 지주 핵심 인물을 접촉하는 데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작년 한 해는 IB 모두 성과가 부진했던 해였다. 상당수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으레 연말이면 자문 수수료를 정산하는 데 분주하지만 작년은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신규 일감은 없으니 마음놓고 편하게 쉬기도 어려웠다. 대형 거래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일부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은 국내 증권사로 돌아가면서 외국계 IB는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만큼은 대기업발 일감이 다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카브아웃(carve-out) 형태의 거래가 작년에 이어 올해는 더욱 늘 것이란 관측이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전례없는 복합 위기를 마주한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현금 확보에 매진해왔다. 비핵심 사업은 신속하게 매각, 철수하거나 재편에 나서는 식이었다. 특히 카브아웃 형태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게 매각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SK그룹이 대표적이었다.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와 SKC 피유코어는 각각 한앤컴퍼니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로 넘어갔다.

SK는 올해도 '팔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딥체인지'로 대표되는 탈카본 신재생에너지,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CDMO(위탁생산개발) 헬스케어 투자를 중심축으로 여기에 벗어나는 사업부는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SK에 이어 CJ와 신세계도 카브아웃 등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구조조정 작업은 고강도로 해왔지만 계열사 매각이나 사업 정리엔 속도를 내지 않아왔다. 올해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벌써부터 몇몇 계열사와 사업부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CJ는 최근 몇 년간 M&A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구조조정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CJ 계열사들은 작년 들어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인력 등 조직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사업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유력시된다. 일부 사업부가 매각 가능성을 업계에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단행하지 않았던 인사를 이달 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CJ의 '매각 드라이브'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에선 이마트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 회계법인을 통해 매각 예정 자산의 리스트업을 이미 모두 마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 지난 5년간 인수했던 자산 중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평가다.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도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딜 불황기엔 당장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거래 기회를 발굴해서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며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많이 쌓인 대형 PE와 기업을 연결해 창의적인 거래 구조를 고안해내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