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작년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의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적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스피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작년 4분기 영업손실액은 1147억원이다. 시장 추정치(영업이익 3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1조18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이 발표된 후 증권사들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다. 키움증권(29만원→27만원), 신한투자증권(30만원→26만원)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전날 종가(23만500원)보다 낮은 23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가 29만원을 유지했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하나증권(33만7000원)이었다.
4분기 실적에 대해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의 연말 재고고정 영향으로 양극재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26% 줄었다"며 "메탈 가격이 하락하며 평균판매단가(ASP)도 11% 하락해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했고, 재고평가손실(1245억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에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주요 전방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며 '상반기까진 실적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튬 가격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2분기까지 판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올해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판가가 15% 하락하면 연간 기준 매출 성장세도 멈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셀 업체의 보수적인 판매 전략을 감안하면 실적이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도 "에코프로비엠의 업황·주가는 상반기에 바닥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 가격 방향성이 핵심 변수"라며 "채굴기업들의 감산 가능성이 커지며 원재료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주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 연구원은 "업황 회복 시점과 코스피 이전 상장 시기가 맞물려 수급이 유입될 수 있다"며 "보수적 업황을 감안해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지만, 국내 양극재 생산 기업 중 의견 상향 가시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날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부사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검토 중"이라며 "이전 상장 시 코스피200 편입 등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