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핀 남편에 복수"…불륜·이혼에 관심 폭발하더니 생긴 일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4-02-11 19:39
수정 2024-02-11 22:58

드라마도, 예능도, 심지어 유튜브까지 '이혼'이 트렌드가 됐다.

드라마 화제성 4주 연속 1위, 아마존프라임비디오 57개국 1위, 종영을 앞둔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세우고 있는 기록들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절친'과 바람난 남편의 사연을 알게 된 여성이 과거로 회귀해 불륜 남녀에게 복수한다는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매회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방송 5주 만에 첫 방송 시청률 5.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2배 이상 넘긴 10%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뿐 아니라 현재 방영 중인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 TV조선 주말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지난 1일 마지막 회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LTNS' 등도 불륜과 이혼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 드라마다. '끝내주는 해결사'는 "이혼해도 괜찮다"면서 이혼을 돕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나의 해피엔드'는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여성의 처절한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LTNS'는 다채로운 불륜 사례를 소개하며 "불륜으로 돈을 버는 부부"의 이야기로 흥미를 유발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예능'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돌싱' 남녀들의 연애, 만남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이혼 위기 부부들의 '이혼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과 같은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출연자들은 단순히 부부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상담하는 것에서 나아가 양육권 분쟁, 유산 분배 등 이혼을 준비하며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함께 경험해 본다. 출연자의 자녀가 부모가 양육권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고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을 정도다.

JTBC에서도 오는 5월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김은정 CP는 앞서 진행된 신규 예능 라인업 간담회에서 "'이혼숙려캠프'는 MBC '진짜사나이' 연출했던 김민종 PD가 연출한다"며 "한때 국민 유행어였던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고 했던 이혼숙려기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혼 위기 부부들이 캠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한번 결혼 생활을 돌아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에는 아예 이혼을 콘텐츠로 한 채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혼 브이로그', '돌싱 브이로그' 등의 키워드를 붙인 영상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 10개월 만에 이혼을 앞뒀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유튜버는 '결혼하고 10개월 만에 이혼하면 돈을 얼마나 날릴까?', '이혼한 집 랜선 집들이' 등의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특히 결혼 준비 비용을 공개한 콘텐츠의 경우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27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 이혼 건수는 9만 3000건으로 조사됐다. 유명인들의 이혼 소송과 결별 소식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이혼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캐릭터로 만들기도 한다. 가수 이상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배우 이동건, 방송인 안현모 등이 방송을 통해 이혼 후 일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혼'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이는 주변에서도 흔히 이혼 사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이혼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5~39세 미혼남녀 1,000명(남 500명, 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7%가 이혼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보통'은 33.2%, '부정'은 10.1%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70.6%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해 남성 42.8%보다 앞도적으로 긍정적이라 인식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9~34세 청년들의 의식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이유가 있으면 이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여자가 13.6%로 남자 9.0%보다 컸다.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10년 전 59.7%보다 24.7% 포인트 늘어난 84.4%를 기록했지만, 실제로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청년의 비중은 41.3%에 그쳐 부부 갈등의 요소를 엿볼 수 있었다는 평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혼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더욱 사랑받는다고 분석한다. 특히 '불륜'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것 역시 "이혼 사유 1위가 불륜이기 때문"이라고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자신들의 '불륜'을 '금지된 사랑'이라며 '금사'라고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운영되고 있고, 불륜 오픈채팅방도 적지 않다. 이들은 '기혼 남자'는 '기남', '미혼 여성'은 '미녀'라는 은어로 칭하며 자신들의 불륜 사례를 공유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자료 조사를 해보면 현실은 더욱 기가 막힌다"며 "방송 수위와 영향력을 고려해 다루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워낙 다채로운 사례들이 많고, 자극적이다 보니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겠냐"며 "이전엔 이혼이 그야말로 '어르신들'의 소재였다면, 요즘은 젊은 세대들도 관심을 갖고 보는 가성비 넘치는 '핫'한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