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도 끄덕없다?"…中반도체 기업 '믿는 구석' 있었네

입력 2024-02-07 09:29
수정 2024-02-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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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올해 안에 차세대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양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SMIC가 화웨이가 설계한 칩을 양산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라인을 상하이에 건설했다"고 보도했다. SMIC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 조치가 시작되기 전에 비축해둔 기존 장비들로 5나노미터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수출 제한이 이뤄지기 전에 SMIC가 사놓은 미국 기계와 지난해 출하된 네덜란드 ASML의 리소그래피(석판인쇄) 장비 등이 사용됐다. SMIC의 신규 생산 라인은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이른바 '기린 칩'을 제조할 예정이다. 기린 칩은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최신 버전에 탑재된다. SMIC는 기존 7나노미터 생산 능력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5나노미터 칩은 최첨단으로 꼽히는 3나노미터 칩보다 한 세대 뒤처진 기술이지만, 이번 사례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목표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작년엔 미국 정부의 계획에 일본, 네덜란드 등 반도체 강국들도 동참키로 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하지만 화웨이 관계자는 "화웨이는 (SMIC가 만들) 새로운 5나노미터 칩 덕분에 최신 기종 휴대폰과 데이터센터 칩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차질이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에도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탑재한 메이트60 프로(프리미엄 스마트폰)를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해당 기종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웨이의 4분기 출하량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소식통들은 "차세대 스마트폰 칩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화웨이의 최신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인 '어센드 920'도 SMIC에서 5나노미터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의 기술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칩도 수출 제한 품목에 올린 뒤 대체재를 찾으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