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망해요"…'충주시 홍보맨', 금감원 직원들에 일침 [금융당국 포커스]

입력 2024-02-08 06:00
수정 2024-02-08 09:32


"저는 눈치보지 않고 할 말만 하다 갈게요. 상위기관과 직속 상사는 완전히 지우세요."

지난 7일 금융감독원 강당.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등장했다. 금감원이 '삼고초려'로 모신 그는 제도·정책 홍보법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일을 할 때 상위 주무부처나 상사, 선배를 고려대상에서 완전 배제하라고 조언했다. 시민과 제도 수요자 측면에서만 고민하라고 했다.

그는 “금감원 상위기관인 금융위가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나”며 “보통 기관의 홍보는 상위기관이나 결재권자의 요구사항에만 맞추다가 별 반향이 없는 채로 묻히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 갯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개인이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사람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이 금융 관련 제도나 조치를 제대로 알리려면 일단 가장 해선 안 되는걸 해보면 된다"며 "‘보이스피싱, 제가 해봤습니다’하고 동료직원에게 전화거는 걸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했다.

강의를 들은 금감원 직원들은 충주맨의 최근 고민, 콘텐츠 수익 등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한 금감원 직원은 “김 주무관의 창의성과 적극적인 태도에 감명받았다”며 “혁신을 겁내지 않고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파격 강연'은 '충주시 SNS 운영사례로 살펴보는 혁신·적극행정’을 주제로 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강연은 한 금감원 평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SNS 운영 전략을 고민하던 직원이 일단 별도 보고를 하지 않은 채로 충주시에 문의해 강연을 '일단 성사'시켰고, 후에 이를 알게 된 상부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행사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와 유관기관 등에선 SNS를 통한 정책 홍보 방안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SNS 운영이 단순한 보고 성과 채우기 용도가 아니라 정책 알리기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통령실에서부터 나와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면 정책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의에 나선 김 주무관은 당시 윤 대통령이 언급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충주시 홍보를 맡은 젊은 주무관은 ‘충TV’라는 유튜브를 만들어 참신하고 재미있게 정책홍보를 해 구독자가 충주 인구의 2배를 넘어섰다고 한다”며 “이런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