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 견제 나선 일라이릴리, 반독점 당국에 조사 요청

입력 2024-02-07 15:19
수정 2024-02-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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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시장 선도업체 중 하나인 일라이릴리가 미 규제 당국에 경쟁사 노보노디스크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보노디스크가 최근 세계 최대 의약품 위탁생산업체 중 하나인 캐털런트를 인수·합병(M&A)하면서 의약품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공급망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노보노디스크의 M&A 건은 반독점 당국이 상세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가 지난 5일 미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캐털런트를 165억달러(약 21조원)에 인수한 것을 겨냥한 비판이다. 캐털런트는 스위스 론자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CDMO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노보홀딩스는 올해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뒤 캐털런트의 이탈리아·벨기에·미국 생산기지를 노보노디스크에 양도할 예정이다.

릭스 CEO는 "캐털런트의 고객사는 약 100여개로, 이들 모두 노보노디스크의 경쟁사다"라며 "노보노디스크의 인수 목적이 수직 계열화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계를 비롯한 시장 참가자 모두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라이 릴리도 캐털런트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일라이 릴리는 캐털런트의 생산기지를 활용해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비만치료제 핵심 물질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계열 비만치료제도 캐털런트가 위탁생산한다. 주력제품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생산은 아직 맡기지 않았다.

노보노디스크가 생산 라인을 독점하면서 경쟁사들의 공급 역량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약물 물질(DS)을 주사제에 충전·마감(Fill-Finish)하는 공정을 CDMO 기업에 맡긴다. 무균 상태에서 주입해야 하고, 무균실에 대한 품질 검사도 까다로워 설비 확대가 어렵다. 의약품 생산 공정에서 '병목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캐털런트를 통해 2026년부터 비만치료제인 오젬픽과 위고비를 양산할 방침이다. 캐털런트가 노보노디스크 제품만 양산하게 되면 경쟁사의 생산역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릭스 CEO는 "노보노디스크의 M&A가 의약품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는) 캐털런트에 계약을 정확히 이행할 것을 분명히 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의 공급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증가 속도는 더딘 편이다. 릭스 CEO는 "최근 몇년 간 비만치료제 생산설비 확보에 수십억 달러를 들였지만, 공급난을 해소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