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화재로 젊은 소방관 2명이 순직한 가운데 매년 소방 공무원 순직·공상자 수가 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장비 도입이나 화재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매뉴얼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수는 1336명으로 2022년 1083명 대비 23.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순직·공상자 수는 2018년 830명, 2019년 827명, 2020년 1006명, 2021년 936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순직자 수는 지난 10년간 40명에 달한다. 사유는 화재진압(13명)이 가장 많았고, 항공사고 출동(10명), 교통·산악사고 등 구조(6명), 생활안전 출동(5명), 교육 훈련(3명)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12월 초엔 제주 서귀포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20대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를 당한 소방관은 붕괴한 콘크리트 잔해에 머리를 맞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이같이 늘어나는 순직·공상자 수는 매해 증가하는 화재나 구조 출동과도 연관이 있다. ‘2023 소방청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119 신고는 총 1254만6469건으로 2021년 1207만 5804건 대비 3.9% 증가했다. 화재 출동은 같은 기간 10.6% 늘어난 4만113건에 달했다.
이에 비해 소방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신규 채용 인원은 총 5671명이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더니 2021년 4461명, 2022년 3814명에 이어 올해 1560명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고 건수는 많아져 순직이나 공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2~3년에 걸쳐 2만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화재 건수 대비 소방공무원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소방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치 않으면 다치거나 죽는 소방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장비도 문제다.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산소 포화도 경보장치, 공기호흡기, 위치 추적 장치 등을 갖고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나서고 있다. 건물 붕괴로 인해 출구가 막히면 보호장비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현재 소방관들이 착용하는 방화복은 섭씨 500도 정도만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수 화재의 경우 현장 온도가 섭씨 900~1000도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문 업체가 방화복을 관리하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한국 소방관들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소방관들이 개별 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며 "방화복을 개인이 관리하다보니 낡거나 성능이 떨어져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 교수는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내부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등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화재 상황에 맞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갖춰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