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시대에 맞지 않거나 기업 경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조사하고 당국에 문제 해결을 건의했다. 대규모기업집단(그룹)에 한해 그룹의 경영을 지배하는 1인을 특정하도록 하는 ‘동일인 지정제’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6일 한경협은 회원사로부터 공정거래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정책 의견을 수렴, 20대 과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 동일인 지정제는 가장 많은 기업인이 불편을 호소하는 규제로 지목됐다. 동일인 지정제는 그룹 총수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는 등 공정거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1986년 제정된 제도다. 경제계에선 이 제도를 시대에 뒤떨어진, 개선해야 할 규제 1순위로 꼽았다.
업계는 경영상 의사결정을 회장 1인에게 의존하는 관행은 사라졌으며, 총수 친인척의 부정행위는 다른 법률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경협은 현행 동일인 지정제를 폐지하거나 국내 기업도 법인체를 동일인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도 개정을 요청했다. 고객 자금을 수신하지 않는 카드사 등 여신금융사가 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은 규제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지주회사가 여신전문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의 투자 제한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조합이 투자한 벤처회사의 주식 및 채권을 ‘지주회사 등(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및 증손회사)이 아닌 계열사’가 취득·소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는 사업 시너지가 예상되는 벤처기업이 있어도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경협은 이런 제도가 대기업 계열사의 벤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도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