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연초에는 최저임금 등 각종 법개정에 맞춘 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 취업규칙 작성을 포함한 규정정비 컨설팅 문의가 많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는 기업들의 규정정비 컨설팅 수요 외 ‘교육’에 관한 자문과 상담이 이어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다.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고민하는 곳은 신규 사업장보다는 어느 정도 업력이 있는 사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곳들의 특징은 사업 초기 변동성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인력구조나 업무 프로세스가 세팅된 상태다. 사업의 성장은 획기적인 아이템과 리더십에서 비롯되지만, 그것을 뒷받침해줄 무형의 조직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역량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개인역량의 발전 또한 필수불가결하게 염두에 둬야 할 요인이다.
하지만 교육을 고민하는 사업주 또는 인사담당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교육의 효과성이다. 회계, 세무, 기술공정 등 비교적 프로세스가 전형화 돼 있고, 수치로 단계별 확인이 가능한 직무의 경우 관련 지식과 업무스킬의 습득이 주를 이루는 일정 수준의 직무교육은 그 효과가 단시간 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업무를 넘어 과업별 응용과 실전 문제해결능력이 요구되는 심화업무의 경우에는 강의형 교육만으로 그 효과가 보장되기 어렵다. 특히 기획, 홍보, 마케팅, 인사, 개발, 연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사업주들에게 필자는 ‘70/20/10 모델’을 소개한다. ‘70/20/10 모델’이란, 학습과 역량개발의 70%는 업무경험을 통해 이루어지고, 20%는 구성원 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며, 10%는 구조화된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인적자원개발(HRD) 이론이다. 이는 조직성과를 견인하는 학습이 경험적 학습, 사회적 학습, 형식적 학습 순으로 많이 이루어지며 실제 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경험적 학습은 구성원이 업무를 수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접 경험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습득하는 노하우와 역량개발이다. 사회적 학습은 구성원 간 멘토링, 코칭, 그룹활동 등 관계를 통해 주고받는 지식공유와 피드백으로 이루어진다. 형식적 학습은 강의, 세미나 등과 같은 공식적인 교수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만,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이러한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효과는 높지 않다.
70/20/10 모델이 제시하는 각각의 수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학습과 개발은 비공식적이고 비정형화된 조직환경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직은 구조화된 교육방식에서 탈피해 구성원들이 업무적·관계적으로 풍부한 학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제 경험에 의한 학습과 성찰은 암묵지로서 기능하여 조직성과 향상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일타강사의 수업을 인강으로 들을 땐 다 아는 내용 같지만, 실제 문제를 풀어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자. 스스로 정답을 고민하고 손으로 직접 풀이를 써보았던 문제는 응용문제로 출제되어도 풀이가 가능했다. 우리는 이미 실제 경험의 중요성과 학습의 효과성을 경험했다. 직원 교육을 고민한다면 우선 업무경험의 방식과 내용을 고민해보자. 상호작용을 통한 업무경험이라면 학습효과의 시너지는 배가 될 것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