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다양한 기관이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관이 내놓은 수치가 들쑥날쑥 편차가 커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사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6.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용해 발표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월 19일~2월 2일 기준 사과 가격은 1년 전 성수기 때보다 1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품목을 조사했는데도 4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이런 편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조사 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8일까지 성수품 할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과·배·소고기 등 16대 주요 성수품과 가격이 30% 이상 오른 농·축·수산물을 30%(기존 20%) 할인해 준다. 여기에 대형 마트 자체 할인까지 더하면 할인율이 최대 60%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통계청 물가에는 이 정부 할인이 반영되지 않고, 마트의 할인 지원만 반영되고 있다는 게 물가 대응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반면 aT는 정부 할인분까지 포함해 물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과와 배는 지난해 생산이 크게 줄어 가격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사상 최대 규모의 할인 지원으로 지난 2일 기준 소비자 가격 상승률은 10~2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설 차례상 비용은 aT와 통계청 외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물가협회,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한국물가정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이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기준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이 평균 31만60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1019원)보다 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승률은 참조기(45.1%) 시금치(29.8%) 사과(24.5%) 배(21.4%) 단감(10.6%)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이 또한 aT 조사와 차이가 있는 결과다. 지난달 말 aT는 차례상 차림 평균 비용이 31만3499원으로 전년(31만968원) 대비 0.8% 상승한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각 기관·단체의 조사는 조사 품목의 규격 및 비율, 조사 지역 및 장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90개소를 대상으로 물가를 조사하는 반면 aT는 전국 23개 도시 50개소에서 가격을 집계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T는 1983년부터 농수산물 가격정보를 전국 단위로 매일 조사하는 국내 유일한 기관으로 조사의 신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고공 행진하는 농식품 물가가 쉽사리 잡히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과와 배의 경우 수입 물량이 제로(0)여서 추가 공급이 제한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과·배 등은 올여름 조생종이 나올 때까지는 추가로 공급이 더 있지는 않다"며 "할당관세를 통해 수박, 멜론 등 다른 품목으로 과일 수요를 대체하는 등 지속해서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