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의 급락이 멈출 줄 모른다. 개인투자자가 이 종목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지만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2차전지주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수개월째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게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의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전기자동차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어 주가가 당분간 대세 상승으로 방향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이 순매수한 삼성SDI 17%↓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초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SDI를 6312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종목은 이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3위에 올랐다. 순매수 4위 두산로보틱스(2989억원)와의 누적 순매수액 차이가 두 배 이상이다. 개인의 삼성SDI 연초 이후 순매수액은 지난달 10일 3000억원을 넘어섰고 같은 달 24일에는 6000억원을 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이 삼성SDI를 사들이는 건 지난해 2분기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져 지금 사들이면 저가 매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79만3000원(3월 7일 종가)으로 고점을 찍은 뒤 1년 가까이 하락을 지속했고, 지난달 25일에는 34만7500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이 56.18%에 이른다. 이때부터 이달 2일까지 13.09% 반등했지만 여전히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다른 2차전지주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초부터 2일까지 개인이 1870억원어치를 담은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11.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147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POSCO홀딩스(-10.11%), 1392억원어치를 쓸어담은 LG화학(-7.62%), 540억원어치를 사들인 포스코퓨처엠(-26.32%) 등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달 1~2일 코스피지수가 4.73% 급등할 때 이들 종목은 4~7% 올랐다. 지수 대비 많이 오른 종목도 있지만 그동안 하락한 걸 감안하면 반등 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 반등 요원2차전지주가 하락한 건 실적 전망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개월 전 2조3662억원에서 최근 1조8483억원으로 이 기간 21.9% 하향 조정됐다. SK이노베이션(-10.3%), POSCO홀딩스(-17.5%), LG화학(-30.6%), 포스코퓨처엠(-33.9%) 등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같은 기간 10% 이상씩 떨어졌다.
전기차 수요 전망이 나빠지고 있는 게 2차전지 종목의 실적 전망치가 주저앉는 가장 큰 원인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국에는 전기차 시대가 오겠지만 그 속도는 시장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다”며 “전기차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67% 성장했지만 향후 5년간은 10%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2차전지주 조정의 원인 중 하나다.
전기차 수요 전망에 대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한국 등이 올 들어 전기차 보조금을 전년 대비 축소한 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최근 보도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생산 대수를 줄이거나 생산을 연기하는 일이 잦다”며 “고소득층, 얼리어답터, 환경보호론자를 넘어 다른 소비층에까지 전기차가 퍼지기에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