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역세권에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가 11억원이면 비싼 걸까. 작년 10월 최초 청약 때 121가구 중 54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은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 얘기다. 이 단지는 121가구 공급에 2984명이 지원해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소득 기준이 중요한 특별공급으로만 97가구가 배정돼 부적격자나 계약포기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업시행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인 민간분양 방식의 국민주택으로 나온 탓이다. 시행자가 sh공사라서 저렴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변 단지 시세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매수자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전용 84㎡ 8가구 무순위 청약지난 2일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 포기자가 15명이나 나왔다. 13일 2차 무순위 청약에선 절반인 8가구가 남았다. 세 번째 무순위 청약이 오는 13일 진행된다. 단지는 동대문구 답십리동 12 일대에 답십리 17구역을 재개발해 지하 2층~지상 21층, 6개 동, 326가구로 지어지고 있다. 입주는 내년 3월 예정이다. 3차 무순위 청약에 나오는 물량은 전용 84㎡A와 C 타입이 각각 4가구다. 84㎡A는 3베이(방 2칸과 거실 전면 배치) 판상형, 84㎡C는 타워형으로 나왔다. 모두 방 3개에 화장실 2개로 일반적인 새 아파트 평면이라고 보면 된다. 요즘 84㎡ 판상형이 4베이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울 순 있다는 평가다.
84㎡A는 2·3·5층이고, 84㎡C는 1·2·4·6층으로 공급된다. 층마다 분양가가 다르다. 84㎡C 타입 1층은 10억44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84㎡C 타입 6층은 11억2400만원으로 이번에 공급되는 물량 중 시세가 가장 높다. 발코니 확장 비용은 A와 C가 각각 1502만원, 1584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단지는 답십리역에서 직선으로 500m, 걸어서 10분쯤 걸린다. 군자초와 답십리초가 인근에 있다. 남쪽에 인접한 답십리 자동차부품상가가 기피 시설로 꼽히지만, 상가 재개발 조합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자동차 관련 판매·공공시설과 오피스텔 93실, 아파트 61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경기 광명·서울 동대문구 이문동도 12억인데…최근까지도 미계약분이 나온 것은 공공분양임에도 분양가가 낮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실거주 의무도 부과되지 않지만, 현재 분양가로는 '무위험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변 시세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분양가가 매겨져 있어서다. 이번에 나오는 전용 84㎡ 8가구의 분양가는 10억440만~11억2400만원이다.
답십리 아르테포레보다 답십리역에서 더 가까운 답십리두산위브 전용 84㎡가 작년 10월 9억5000만원에 팔렸다. 단지 서쪽에 인접한 답십리파크자이(2019년 입주)는 작년 5월 11억8000만원, 1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부동산 경기 침체기로 매매가 하락세가 예상되는 시점에 분양가가 높게 나온 탓에 입주 시점에는 손실을 볼 수 있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갈수록 높아지는 영향으로 이 단지가 고분양가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1호선 신이문역 역세권인 이문아이파크자이 1·2단지의 전용 84㎡ 분양가가 12억원에 달했는데도 100% 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기 광명뉴타운에서도 광명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가 최고 12억7000만원 분양가에도 미계약분이 없었다. 답십리역이 코앞인 청계리버뷰자이는 작년 11월 전용 78㎡이 12억6700만원 분양가로 나와 1순위 청약에서 계약이 마감됐다. 입주까지 1년…연봉 1억이면 현금 3억 필요분양가나 입지 모두 괜찮지만 자금 조달은 상당한 부담이다. 16일 당첨자 발표, 17일 계약 체결인 만큼 하루 만에 1억원을 웃도는 계약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300만원을 웃도는 발코니 확장 계약금도 따라붙는다. 입주까지 1년가량 남아 현금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연 소득 1억원인 매수자가 만기 30년, 연 4% 금리로 중도금 대출받는다면 잔금 전환 때 1년간 쌓인 소득을 고려해도 3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하다.
비규제지역이라서 담보인정비율(LTV)만 고려하면 분양가의 70%(약 7억7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고려하면 연 소득 8000만원일 경우 5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잔금 전환 때 6억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조건에 7억7000만원까지 대출을 채워 받으려면 연 소득이 1억원은 넘어야 한다.
숨어있는 '함정'도 있다. 중도금대출 이자는 후불제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당첨자 본인이 직접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용 84㎡ 기준 중도금 대출 이자는 연 2000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 사이 분양권을 전매할 때도 이런 부담을 감당할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