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원 자녀 1명당 1억씩"…이중근 회장의 파격 지원

입력 2024-02-05 19:00
수정 2024-02-06 00:25

“아이를 낳은 구성원에게 자녀 한 명당 1억원을 지급하겠습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생한 자녀를 둔 임직원 70명에게 파격적으로 출산장려금을 1억원씩 일시 지급했다. 쌍둥이나 연년생 자녀를 둬 2억원을 받는 직원도 있었다. 부영그룹은 셋째를 출산한 가정에 국가가 토지를 제공할 경우 조세 부담과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한시 지원책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시행한다”며 “우리 회사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이 같은 혜택을 내놓은 이유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현재 출산율이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20년 후 경제생산인구수 감소와 국방인력 부족과 같은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된다”며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일과 가정생활 양립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저출산이 심화하는 만큼 파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다른 기업이 해보더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직원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증여 방식을 택했다. 증여로 지급하면 10% 세율만 부담해도 되기 때문이다. 직원 보수로 지급하면 38%의 소득세율이 부과된다.

이 회장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산 복지 혜택을 늘릴 수 있도록 ‘출산장려금 기부 면세 제도’를 제안했다. 개인 기부금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대상에, 법인 기부금은 법인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2021년 초 이후 출생아에게 1인당 1억원 이내로 기부하면 수령한 금액은 면세 대상으로 분류해 실질적인 수혜금액을 늘리자고도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주택시장에서 영구임대주택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전체 주택 중 거주만을 위한 30% 영구임대주택과 70% 소유주택으로 개편해 하자 문제는 소유자의 유지보수로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 공급 주택의 8~9%만 임대주택이고 나머지는 분양주택”이라며 “임대주택도 분양전환이 혼재돼 있어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하자 분쟁의 소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작년 6월에도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마을 사람과 동창에게 최대 1억여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는 운평리 마을 총 280여 가구에 세금을 공제하고 최대 9020만원을 나눠줬다. 동산초 동창생과 순천중 동창생에게도 1억원씩 지급했다. 그가 도와준 순천중·고 동창생만 80여 명에 이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