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동박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올해 두 자릿수 성장 목표를 내걸었다. 저가 제품을 주로 팔던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이 도태되면서 롯데가 만드는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부사장)는 지난 2일 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두 자릿수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박은 배터리 구성 요소인 음극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소재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기업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려 공급 과잉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가격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올 하반기부터 저가 제품만 거느린 회사 위주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을 생산하는 만큼 이런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전기료가 저렴한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을 90% 가까이 끌어올려 원가도 끌어내리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중국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동박 제품 관세율을 높게 책정한 데다 승인도 잘 내주지 않기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다”며 “유럽에선 하이엔드 동박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실리콘 음극재, 고체 전해질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5일 전북 익산2공장에 150억원을 투자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생산하기 위한 시범생산 설비를 착공했다. 2026년엔 연 1200t 규모로 생산라인을 확장해 양산에 나선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