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씌워진 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 어제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사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 다른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질렀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전체, 19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제기한 ‘부정 목적’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적은 비용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벌인 일이 거짓 정보 유포, 허위 호재 공표, 주요주주 매수, 국민연금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법원은 두 회사 간 합병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나 거짓 공시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 특히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회계사들과 올바르게 회계처리한 것으로 판시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결론 난 이번 판결은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앞서 2020년 6월 검찰이 이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어 같은 달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에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거의 7년이나 끌어온 불법 승계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전기를 마련했다. 그 시작은 2017년 3월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였다. 검찰이 기소한 것은 2020년 9월이었다. 이 회장은 어제까지 총 107번 재판을 받았으며 법정에 출석한 것만 96번이다. 이 기간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반도체 부문에서 대만 TSMC의 파운드리에 치이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에선 경쟁 기업에 추월당했다. 글로벌 시장을 누벼야 할 기업인이 오랜 기간 법원에 발이 묶인 결과였다. 이 회장이 경영에 전력투구할 수 있을지의 키는 검찰이 잡고 있다. 검찰은 무리한 기소를 반성하고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이 회장에게 덧씌운 사법 리스크를 종결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