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얼굴 똑같았다"…금융사 직원, 340억원 송금 '발칵'

입력 2024-02-05 15:51
수정 2024-02-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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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모두가 가짜였다"

홍콩 한 금융사 직원이 딥페이크(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로 만들어진 ‘가짜’ 임원과 영상통화에 속아 2억홍콩달러(약 342억원)를 송금하는 사기를 당했다고 미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경찰 당국에 따르면 한 다국적 금융사의 홍콩 지부에서 일하던 이 직원은 영국 본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가장한 이로부터 비밀 유지가 필요한 송금 건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 직원은 당초 피싱 메일이라고 의심했다. 이후 알고 지내던 회사 동료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한 화상 회의에서도 같은 지시를 받자 의심을 거두고 2억 홍콩달러를 송금했다.

하지만 영상 속 모든 직원의 영상과 음성은 모두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였다. 직원은 자금이 제대로 보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 연락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됐다. 홍콩 경찰은 관련 용의자 6명을 체포했다.

홍콩에서는 이처럼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기 행각이 늘고 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최근 체포된 한 사기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분실 신분증 8개를 도용해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로 은행 대출 90건을 받고 계좌 54개를 만들었다. 최근 적발된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기 행각은 최소 20건에 달한다.

CNN은 “딥페이크 기술의 정교함과 이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는 사진이나 영상뿐 아니라 목소리까지도 조작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 사진이 합성된 음란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확산해 논란이 됐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