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이직자들이 꼼꼼히 챙겨야 할 사안이 많다. 직장을 옮긴 회사의 연말정산을 신경 쓰는 동시에 종전 회사에서 처리해야 받았던 급여도 챙겨야 한다. 연말정산을 마무리한 후 실제 환급받는 돈이 동료보다 적은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 일을 쉬었던 시기엔 공제받을 수 없는 지출 항목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옮기기 전 직장 소득 반드시 신고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12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이직자 수(잠정치)는 9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97만4000명)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자발적 이직자 수(잠정치)도 31만6000명으로 직전연도(29만 명) 대비 9.1% 증가했다. 2018년(31만7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직장을 처음 옮긴 회사원은 연말정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선 현재 다니는 직장은 물론 이전 직장에서 받은 급여까지 소득신고를 해야 한다.
통상의 경우 연말정산 기간에 전 직장의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아 이직한 직장에 제출하면 된다. 원천징수 영수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직했는데, 전 직장이 폐업했거나 전 직장과 관계가 불편해 자료를 요청하기 어려울 경우 등이 난감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3월 국세청 홈택스에 들어가 원천징수 영수증 자료를 받은 뒤 같은 해 5월에 홈택스(종합소득세 신고)나 세무서에 자진신고하면 연말정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현 직장에서 받은 급여로만 연말정산을 하면 손해가 크다. 근로소득세 외에 추가로 가산세까지 내야 할 수 있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는 전 직장에서 근무해 급여 2000만원을 받고, 같은 해 4월부터 12월까지 현 직장에서 임금 5000만원을 받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연간 총 근로소득은 7000만원인데 전 직장에서 받은 급여를 누락하면 소득세가 크게 낮아진다.
관할 세무서가 근로소득을 과소 신고한 사실을 파악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세액에 가산세도 내야 한다. 소득세는 소득액수가 늘어날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다. 조그마한 실수로 가산세가 크게 붙을 수 있다. 신용카드 지출, 쉬는 기간엔 공제 안 돼회사를 옮긴 직장인 중엔 연말정산 환급액이 예년보다 적어 불만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퇴직자는 전 직장을 그만둔 다음달 회사로부터 세액을 환급받는데, 이 경우 별도의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없이 4대 보험료와 본인 인적공제만 적용받는다. 구체적인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항목을 알 수 없어서다. 예를 들어 주택자금 공제를 받으려면 ‘연도 말’ 기준 무주택 세대주여야 하는데, 연초에 퇴사하는 근로자가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 회사가 알 수 없다.
함석환 세무사는 “주변 동료보다 환급세액이 적다며 연말정산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문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대부분은 전 직장에서 돌려받은 돈을 합해 실제 환급 총액을 따져보면 주변 동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직자가 연말정산 과정에서 새 직장에서 받은 급여를 합해 신고할 때 총소득이 올라가면서 연말정산 환급액이 크게 줄거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직 과정에 근무를 쉬었던 기간 지출한 금액 중에서 공제받을 수 없는 항목도 있다. 소득이 없던 기간에 지출한 금액 중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은 연금보험료와 연금 계좌 납입액,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 납입액, 투자조합출자금, 기부금 등이다. 신용카드 지출액 등은 근로 기간이 아닐 때 지출할 경우엔 공제받을 수 없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