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향후 5년간의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보장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계획은 필수의료 살리기와 지출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와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적립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방향 전환이다.
2차 건보 종합계획의 가장 핵심은 건강보험 수가 결정 방식을 바꾼다는 점이다. 진찰, 검사, 처치 등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매겨 지급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 방식부터 수술대에 올랐다. 과잉진료와 필수의료 공백을 초래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난이도와 의료진 숙련도, 지역 격차 등을 반영하는 ‘공공정책수가’와 의료의 질과 성과 달성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대안적 지불제도’ 도입으로 행위별 수가를 보완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제대로 운영한다면 지방의료 공백과 필수의료 기피를 완화할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 수요가 적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납부한 보험료의 10%(최대 연 12만원)를 바우처로 지급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1인당 외래 이용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본인 부담을 높여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고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중대질환이나 희소 질병에 대한 보장을 늘리는 게 맞는 방향이다. 건강보험 가입에 회의적인 청년층에 자동차보험의 마일리지처럼 일정액을 돌려주는 것도 적극 추진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이번 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밝힌 건강보험 재정 전망이 맞을지는 의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은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전환돼 그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부는 2026년에야 3072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 올해부터 간병비 지원이 단계적으로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은 금물이다. 법정 상한 8%로 묶인 건보료율 조정의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지출 효율화를 위한 방법은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