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한 애플과 삼성전자도 힘을 못 쓰는 시장이 있다. 인구 15억 명의 중국이다. 삼성 휴대폰의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다. 애플 아이폰 판매량도 크게 꺾였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중국인의 애국 소비, 화웨이의 부활 등을 배경으로 꼽는다. 숨은 원인은 따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마트폰에 핵심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하는 대만 미디어텍의 약진을 꼽는다. 미디어텍 AP가 중국 스마트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애플 삼성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얘기다.
잘나가던 애플도 성장세 꺾여4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은 208억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4분기(239억달러) 대비 13% 줄었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 중 애플의 매출이 꺾인 곳은 중국뿐이다. 예상 밖 부진에 대해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은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의 고전으로 인해 애플의 글로벌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23.7%) 대비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상황은 더 안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전인 2013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3%를 기록했는데 현재는 점유율 분석 자료에서 ‘기타 업체’로 분류되는 수준으로 입지가 약해졌다. 업계에선 점유율이 1%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으로는 △미국·중국 갈등에 따른 애국 소비 열풍 △샤오미 등 현지 스마트폰업체의 성장세 △화웨이 스마트폰사업의 부활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BC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샤오미(16.5%)가 차지했다. 룽야오(15.9%) 비보(15.5%) 오포(15.3%) 화웨이(14.0%)까지 합치면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77.2%에 달한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 대만 TF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중국 내 주간 출하량이 최근 몇 주간 1년 전보다 30~40% 감소했다”며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中 납품 대만 AP 경쟁력 향상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선전 배경에 대만 AP업체 미디어텍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텍은 1997년 설립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3세대(3G)·LTE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했고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폰업체 납품을 늘렸다.
2019~2020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시작되자 미디어텍은 프리미엄 AP 브랜드 디멘시티를 앞세워 샤오미 등에 대한 납품을 본격 확대한다. 같은 대만 국적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를 활용해 AP의 성능을 높일 수 있었던 것도 위상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디멘시티 AP의 성능이 좋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디어텍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졌다. 미디어텍은 2020년 연간 AP 출하량 기준으로 미국 퀄컴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 세계 1위도 미디어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경쟁 구도의 변수로 ‘AI폰 열풍’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AI폰 갤럭시S24를 앞세워 그간의 열세를 만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