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코오롱글로벌이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주력 지역입니다. 이미 대전에서 공급한 아파트들은 모두 계약을 마쳤고 진행 중인 현장 역시 사업성이 탄탄해 우발채무와 관련된 리스크는 불거지지 않을 겁니다."(정사환 코오롱글로벌 건축본부 상무)
코오롱글로벌이 시장에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를 정면 반박했다.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우발채무 규모가 알려진 것에 비해 적은데다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보는 미착공 현장도 사업성이 좋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의문을 갖는 것보다 위험이 적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은 5일 부동산 PF 우발채무 프로젝트 규모가 1조1000억원(전구 현장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간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나왔던 금액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나이스 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한 PF 우발채무가 1조5000억원이라고 지적하면서 자기자본 5900억원의 2.6배 수준이라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1개 분기의 간격이 있지만 우발채무가 4000억원이나 적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보유한 우발채무 1조1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은 이미 분양률이 97.7%에 달한다"며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우발채무 위험이 큰 곳은 브릿지론을 받고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미착공 현장이다. 이미 분양이 대부분 된 5000억원 규모를 제외한 6000억원(3건)이 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대전 유성구 봉명동(2491억원) △대전 중구 선화동(2680억원) △울산 남구 야음동(920억원) 등이다.
세 곳 현장 가운데 대전에 있는 현장이 우발채무가 많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준의 위험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먼저 대전 유성구 봉명동 현장은 이달 본 PF 전환을 앞두고 있다. 대주단(유력 지방은행 두 곳)이 진행하는 금융기관 심사(1차)는 이미 끝났고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이 진행하는 심사(2차)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중구 선화동 현장 역시 10월께 본 PF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상준 코오롱글로벌 주택영업팀 부장은 "봉명동 현장은 본 PF 전환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면서 "보증기관 심사를 무조건 통과한다고는 장담은 하지 못하지만, 통과 확률은 굉장히 높다"고 자신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대전 현장, 분양 사업성 높아코오롱글로벌이 대전 현장 두 곳 모두 본 PF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이들 현장이 사업성이 높아서다. 유성구 봉명동에 지어지는 '하늘채 하이에르'는 아파트 562가구와 오피스텔 129실로 지어질 예정이다. 단지가 들어설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니 이미 대형 상가와 아파트들이 조성된 도심 한 가운데였다.
현장은 대전에서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둔산지구와 도안지구 사이에 있다. 둔산지구는 대전에서 전통적인 부촌이다. 둔산지구와 도안지구는 주택 공급이 포화상태라 이들 지구 사이에 있는 봉명동에서 추후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장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대전 지하철 1호선 유성온천역을 이용할 수 있다. 유성온천역은 도시철도 트램이 예정돼 있어 더블역세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성온천역과 구암역 사이에 있는 유성시장 일대 역시 재정비 촉진 지구(장대동, 봉명동, 구암동 일대 33만 8000㎡)로 지정돼 일대가 탈바꿈할 예정이다.
중구 선화동 현장(대전 하늘채 스카이앤 3차, 998가구)은 선화동 고층 신주거타운(4690가구)의 마지막 퍼즐이 될 곳이다. 이 구역엔 총 6개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5곳은 분양을 마쳐 아파트 조성을 위해 관련 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6개 단지 중 코오롱글로벌은 3개 단지를 조성한다. 대전 하늘채 스카이앤 1차(1080가구)와 대전 하늘채 스카이앤 2차(793가구) 분양을 마쳤고 이번 분양을 마지막으로 하늘채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현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서는 대전시가 2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도심 융합 특구 사업이 진행 중이고 인근엔 12개의 도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라 주거 환경은 물론 전체적인 인프라가 개선될 전망이다.
입지나 인근 개발 호재는 물론 아파트 자체 상품성도 뛰어나다. 봉명동과 선화동 현장 모두 모든 가구가 4~5베이(Bay), 3면 개방형 평면으로 확장과 테라스 등 서비스 면적을 늘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맞통풍과 동 사이 거리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높은 층고와 층간소음 완화, 편리한 부대시설을 강화해 우수한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최성훈 코오롱글로벌 마케팅팀장은 "최근 10년을 놓고 보면 그간 대전보다는 세종에 공급 물량이 집중되면서 대전엔 공급이 많지 않았다. 대전 내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상황"이면서 "대전에서 '하늘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만큼 분양 역시 흥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비주택 강화'…"우발채무 휘둘리지 않을 것"코오롱글로벌은 위험도가 높은 주택 부문은 줄이되 향후 비주택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이는 최근 회사의 신규 수주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2021년 회사 신규 수주는 모두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 부문이 2조2000억원, 비주택 부문은 9000억원으로 주택 부문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22년엔 전체 신규 수주 3조6000억원 가운데 비주택 부문이 1조1000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엔 전체 3조1000억원 가운데 비주택 부문이 1조6000억원으로 더 커졌다. 2021년 29.03%였던 비주택 부문은 2023년 51.61%로 2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여동현 코오롱글로벌 재무팀 차장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주택 매출 공백을 만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비주택 부문은 특성상 빠르게 착공하고 현금 회수가 빠르기 때문에 주택 부문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를 안정화할 핵심 사업은 인프라 부문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통상 전체 사업비의 적게는 15% 많게는 30%만 투자하면 나머지는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육·해상 풍력발전사업 초기에 자본(에쿼티)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당 수익을 받는다. 이후 20년가량 지나 발전소가 노후화하면 발전소 개선작업(리파워링)을 통해 에쿼티 비중을 추가로 확대, 배당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배당 수익은 23억원인데, 2027년엔 100억원, 2030년엔 500억원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여 차장은 "경주에서 두 곳, 태백 가덕산에서 두 곳의 풍력 파이프라인을 운영 중"이라면서 "양양, 영덕, 평창 등 다섯 곳에서는 발전소를 짓고 있다. 이 밖에도 22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주택시장은 경기변동 영향이 크기 때문에 풍력 사업이 위험 회피(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상사 부문과 스포렉스 부문의 고정 매출 등으로 2030년 이후부터는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