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분담금 상승 원인, 현실적인 재건축 대안은?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4-02-06 10:00
수정 2024-02-06 11:29

서울 강북에서 3.3㎡당 1억15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받은 '포제스 한강' 프로젝트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전용 84㎡ 분양가가 32억원에서 44억원까지 하고 펜트하우스인 전용 244㎡는 분양가가 150억~160억원이었는데 청약 경쟁률 25.4대 1이 나왔습니다. 당첨 가점 최고가 74점으로 무주택 15년에 5인 이상 가족인 분도 청약했다고 합니다.

포제스 한강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정작 누가 설계했고 어느 건설사가 시공하는지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강북에 3.3㎡당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라고 알고 있을 뿐입니다.

포제스 한강이 이렇게 관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입지와 설계, 커뮤니티 시설까지 모두 갖춘 '오브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한 MDM에서 추구한 가치는 '매스티지'가 아닌 '오브제'였다고 합니다. 매스티지는 돈만 있다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준명품을, 오브제는 돈이 있어도 기회가 닿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명품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MDM의 전략은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오브제로 인정받으면 누가 설계했고 시공하는지 몰라도, 대형 건설회사 브랜드가 없어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제스 한강의 사례는 재건축을 생각하는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노후 계획도시 정비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선도지구는 2027년에 착공하고 2030년에 입주합니다. 적용 후보지는 기존 51곳 대비 108곳으로 확대하고 총 215만 가구가 대상이라고 합니다.

특별법으로 재건축 규제가 대거 풀렸다고 하지만, 끝없이 오르는 공사비 때문에 서울에서조차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장이 중단되거나 관리처분 인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금리에 자재비, 인건비가 지난 2년간 50% 이상 올랐다고 하는데, 올해도 추가로 20% 이상 오를 것 같다고 합니다. 결국 조합원들은 엄청난 분담금을 내야 하고, 내지 못하면 현금청산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공사비 갈등을 겪는 조합은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를 원하는 곳입니다. 대기업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등에 있어 자신들의 브랜드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고수하니 분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법에서 용적률을 최대 750%까지 올려 분담금을 줄여주겠다고 하지만, 실제 이러한 용적률을 받을 수 있는 단지는 손에 꼽을 것이라고 합니다.

경기도나 지방에 재건축하는 아파트들도 모두 최고급 브랜드를 붙여야만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파트가 너무 오래되어 녹물이 나오고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새 아파트를 짓자는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엄청난 시세차익 목표로 재건축하는 조합원이 다수일지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일반아파트 공사비를 비교해 보면 대형 건설사들이 중견 건설사에 비해 3.3㎡당 15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 비싸다고 합니다. 많은 분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만 선호하는 탓에 중견 건설사는 신용도가 좋고 하자가 적더라도 주어지는 기회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포제스 한강처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건설사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싱가포르에는 쌍용건설이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최고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호텔 직원 대부분은 쌍용건설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건설사 브랜드보다 건축물 자체 브랜드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아파트가 엄청난 분담금을 짊어지면서 대형 건설사 브랜드만 고집한다면 재건축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대형 건설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 대형 건설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견 건설사들도 있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알아야 보다 수월하게 재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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