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전국 200만 농심(農心)을 잡기 위해 쌀값 안정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내 쌀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수급 조절을 통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방어하겠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쌀값 지지를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공급 과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일 국회에서 정부와 당정 협의를 열고 쌀값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은 최근 급격한 산지 쌀값 하락 추세 속에서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확기인 지난해 10월 산지 쌀값은 20㎏당 5만4388원(5일 기준)에서 지난달 4만8958원(25일 기준)으로 약 10% 하락했다.
당정은 민간 재고가 시장에서 초과 공급 심리를 자극해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지난해 말 민간 재고 쌀 5만t을 매입한 데 이어 이번에 5만t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했다. 추가 매입 규모는 약 1200억원이다. 공급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쌀이 아니라 다른 작물로 재배를 전환하면 ㏊당 100만원을 지원하던 것을 200만원으로 단가를 올렸다.
이날 대책은 야당이 쌀값 하락 시 초과 생산량을 강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2양곡법’을 일방 처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4월 총선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제2양곡법을 단독 의결했다. 지난해 4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법과 비슷한 법안이다.
당정은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을 강제하는 민주당 법안과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농가 소득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의 가격 지탱은 ‘쌀을 더 생산해도 된다’는 신호를 줘 공급 과잉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