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 93%는 예타 면제…심층평가도 '유명무실'

입력 2024-02-02 18:18
수정 2024-02-03 02:21
조세특례를 새로 도입할 때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는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평가가 포괄적인 면제 조항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세특례 도입 후 경제적 효과 등을 따져보는 사후 심층평가 결과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작년까지 이뤄진 조세특례 59건 중 43건의 예타가 면제됐다. 예타 면제로 이뤄진 조세지출 규모는 14조9930억원으로, 전체 조세지출(16조1388억원)의 93%에 달했다. 예타를 거친 조세특례는 16건, 1조1458억원에 그쳤다.

2015년부터 시행된 조세특례 예타 평가는 새로 도입하는 조세특례의 지출 규모가 연 300억원 이상이면 외부 기관을 통해 도입 필요성과 기대 효과, 문제점 등을 사전 평가받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남북한 교류 협력 및 국가 간 협약·조약 △국제대회·국가행사 등 일시 사업 △기존 조세특례 개선 등 네 가지를 예타 면제 사유로 규정한다. 정부가 여러 가지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인데,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이라는 면제 예외조항을 활용해 예타를 받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예타를 면제받은 2022년 7건과 지난해 6건 모두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이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자녀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 고액기부 세액공제 한시 상향 등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과 관련있다고 보기 어려운 조세특례가 많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연 300억원 이상의 조세특례 지출 항목을 사후 평가하는 심층평가 제도도 내실있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심층평가 결과에서 축소연장·폐지·재설계 평가를 받은 25건 중 세법 개정안에 반영된 것은 10건에 불과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