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소매(리테일) 브랜드는 e커머스 강자 쿠팡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제 소매 브랜드 최상위에 e커머스가 포진한 가운데 20·30세대가 가장 가장 많이 결제한 소매 브랜드는 네이버쇼핑을 운영하는 네이버, 40대부터 60대 이상은 쿠팡으로 집계됐다. 20·30세대는 엔데믹 이후 배달음식을 줄이고 해외여행에 지갑을 여는 경향이 포착됐다. "한국인 작년 돈 많이 쓴 앱 쿠팡·네이버·배민 순"
3일 애플리케이션(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만 20세 이상 개인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 조사를 바탕으로 신용·체크카드와 계좌이체,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한 결제추정금액과 결제자 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소매 브랜드는 쿠팡, 네이버·네이버페이, 배달의민족, G마켓·옥션, 이마트 순으로 집계됐다.
11월 말 누적 기준 추정액에는 법인카드와 상품권·현금·기프티콘·간편결제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백화점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 결제 시에는 입점사 브랜드로 산정됐다. 예컨대 백화점 삼성전자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조사 순위에는 삼성전자로 소매 브랜드가 잡히는 방식이다.
소매 브랜드 상위 5곳 중 4개가 e커머스 관련으로 온라인쇼핑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다소 둔화했으나 꾸준히 온라인쇼핑의 유통 시장 침투가 이어진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7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2023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209조8790억원)보다 8.3% 늘어난 227조3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련 온라인 결제가 증가했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시대'로 불황형 소비 성향이 강화돼 온라인쇼핑이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오프라인 경제 활동 회복에도 온라인 결제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며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온라인 음식료품 구매 증가율은 대형마트 증가율을 꾸준히 웃돈 데 이어 11월의 경우 12.9%에 달해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1.3%)과의 격차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2030 음식배달 줄이고 여행에 지갑 열어…4050은 음식배달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30세대와 40대의 소비 경향과 1위 소매 브랜드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20·30세대 결제금액 1위 브랜드는 2019년과 2021년 조사 당시와 같이 네이버·네이버페이로 나타났다. 2위는 쿠팡, 3위를 배달의민족으로 집계됐다. 2~3위 역시 2021년 조사 당시와 같은 '3강' 구도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40대부터 60대까지는 쿠팡과 네이버·네이버페이가 각각 결제금액 1위, 2위를 차지했다.
엔데믹 이후 20·30세대 씀씀이 중 여행 수요 급증과 배달음식 수요 감소 흐름이 결제 동향에서도 포착됐다.
20대에서는 한국철도공사(15위)와 여행 앱 아고다(16위)·인터파크트리플·커머스(20위),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18위), 결제금액이 2021년보다 늘어 상위 20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30대 소비 브랜드 상위 20위권에도 대한항공(18위), 아고다(19위)가 새로 올랐다. 대한항공의 경우 60대 이상 결제금액 18위에도 이름을 올려 세대를 가리지 않고 폭증한 해외여행 수요 동향을 입증했다.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은 20대와 30대 결제금액 3위 자리를 모두 지켰으나 2021년 조사보다 결제금액이 각각 5651억원, 361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요기요는 2021년과 달리 20대 결제금액 20위권에서도 밀려났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40대와 50대 사이 배달 앱 사용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40대의 경우 배달의민족 결제금액이 2021년 조사보다 2083억원 늘어 순위가 한 계단 오른 3위를 차지했다. 50대 사이에서도 배달의민족 결제금액은 3123억원 늘어 순위가 9위에서 6위로 뛰었다.
반면 60대 결제금액 상위 20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빠져있었다. 60대 소비에서는 마트와 홈쇼핑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가 3~5위에 포진했고, 홈쇼핑 GS샵(11위)·CJ ENM(CJ온스타일 16위)·롯데홈쇼핑(20위)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0대 역시 이마트가 3위에 올라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소비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측 관계자는 "세대별 많이 결제하는 소매 브랜드와 경향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20대와 30대는 아고다 에어비앤비를 다른 세대보다 많이 결제했고, 60세 이상에서는 홈쇼핑을 많이 결제했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