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최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첨단 패키징은 여러 칩을 쌓거나 수평으로 배치해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하게 하는 후(後)공정이다. 최근 D램을 쌓아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유력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최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로 인디애나주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미국 투자’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공장 부지로 애리조나주, 인디애나주, 텍사스주 등이 거론됐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는 220억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예상된다. 인디애나주에 들어설 SK하이닉스 최첨단 패키징 공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갈 HBM 제조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는 엔비디아의 주문을 받아 GPU를 생산한 뒤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HBM 완제품을 받고 최첨단 패키징을 통해 ‘H100’ 같은 AI 가속기를 완성한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2기를 건설 중인 TSMC에 더해 SK하이닉스까지 미국에서 HBM을 생산하면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생산된 AI 가속기를 판매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제조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최첨단 패키징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고급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 AMD, 애플 같은 미국 주요 고객사들과의 공급망이 가까워진다는 점도 미국 공장의 이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투자를 고려 중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