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올 들어 여덟 번째 열린 어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의료개혁 4대 정책 패키지’에는 당면 의료 현안이 대부분 포함됐다. 2035년까지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 의사 증원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통한 지방의료 강화,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인 형사처벌 완화 방침도 돋보였다. 대체로 다급한 의료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선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개선·개혁에 관한 상세한 일정 없이 의지만 강조한 과제도 보였다. 과잉진료, 도덕적 해이 논란이 커져가는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치료와 과잉 실손보험 치료가 대표적이다. 백내장·도수치료처럼 건강보험제도의 취약한 곳을 파고드는 비중증 비급여의 ‘혼합 진료’에 대한 합리적 정비는 더 미룰 수 없다. 그래야 의료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고 의사의 전공별 쏠림도 막을 수 있다.
4대 패키지의 성공 여부도 결국은 재원 문제와 결부된다. 의대 정원 확대부터 지역필수의사 확충과 2차병원 육성 방안까지 모두 비용이 들어간다. 4대 패키지를 예정대로 추진하는 2028년까지만 10조원 이상 소요된다. 대부분 건강보험재정에서 나가겠지만 건보재정도 올해부터 적자가 예고됐다. 적자폭은 2032년 20조원으로 확대될 판인데, 2028년엔 적립금까지 고갈된다. 당장 올해 건강보험 지원 정부 예산만 13조7000억원에 달한다. 아니면 건강보험요율(7.09%)을 올려야 하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같다. 개인 부담을 늘리는 것은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여기면서 재정 동원이라는 손쉬운 길로 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를 비롯해 전·현 정부 모두 건보재정 지출구조 개선은 회피해왔다. 실손보험 적용과 많이 겹치는 비급여 의료는 혼선과 혼탁이 가중되면서 그 자체로 만성질환 상태다. 의료의 개선과 개혁은 모두 돈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정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판에도 여야는 간병비도 건보에서 지원하자는 공약까지 내놓고 있다. 의료진 증원, 지역의료 강화 등에서는 현직 의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절실하다. 대한의사협회의 정책 협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