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유언 공개한 송영숙 회장 "OCI통합만이 한미 지켜내는 길"

입력 2024-02-01 15:19
수정 2024-02-01 15:36


한미그룹은 1일 송영숙 회장이 최근 사내 임원들과의 대화에서 “OCI그룹과 통합은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서는 송 회장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미그룹은 2020년 8월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공개했다. 사실상 임 회장의 유언과도 같았던 이 말은 당시 함께 있던 송영숙 회장이 메모로 남겼다.

해당 메모에서 임 회장은 “우리가 제약·신약 연구개발(R&D)에 최선을 다하고, 많은 약들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우리 인체는 풀지 못한 비밀이 너무나 많다”며 “이제 남은 너희들이 더욱 R&D에 매진해 그 비밀들을 풀어 더 좋은 약·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너희들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미그룹의 중심에 ‘신약개발’과 ‘R&D’가 단단히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 등이 아닌 혁신 신약 개발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 개 프로젝트마다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 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는 송 회장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 상속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작년 10월 3만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까지 여러 해외 사모펀드(PEF)들은 송 회장에게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 회장은 50년간 일궈온 한미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아버지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이때 제시된 ‘OCI그룹과의 통합안’은 송 회장의 결단으로 급진전됐다. 송 회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설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의 결단에 만장일치라는 의사 결정으로 힘을 실었다.

송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가족 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라면서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에 OCI홀딩스가 오르는 동시에, OCI홀딩스 1대 주주에 송 회장과 임 사장이 오르는 모델이다.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