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지속되면서 전국 집값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하락 거래도 발생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다섯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0.06% 하락했다. 수도권(-0.06%)과 지방(-0.06%) 모두 전주 대비 낙폭이 커졌다.
전주 0.03% 하락하며 낙폭을 줄였던 서울도 0.05% 내리면서 낙폭을 키웠다. 도봉구와 성동구가 0.08% 내렸고 서초구와 동대문구도 0.07% 떨어졌다. 마포·노원·은평·강서·관악구도 0.06% 하락했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누적으로 2.02% 떨어졌는데, 올해도 1월에만 0.19% 내렸다.
집값 하락이 거듭되면서 집값이 수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도봉구 방학동 '벽산1차' 전용 52㎡는 지난 24일 3억300만원(7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는 지난달의 3억2500만원(9층)이다.
이 아파트 가격은 2021년 12월 5억2000만원(6층)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을 거듭하면서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아파트가 3억1000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것은(1층 제외) 2020년 6월 2억7000만원(13층) 이후 처음이다. "역세권 호재에도 관심 못 받아"…2020년 가격으로인근 '신동아2차' 전용 84㎡도 지난 26일 4억8000만원(4층)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5억4900만원(9층)에 거래된 아파트였지만, 두 달 만에 7000만원 가까이 주저앉았다. 이 아파트 가격이 4억원대로 내려온 것도 2020년 7월 4억9000만원(2층) 이후 처음이다.
방학동 인근 개업중개사는 "연내 경전철 착공이 이뤄지고 일대가 역세권이 될 전망"이라면서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가격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급매물만 드물게 팔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봉구는 빠르면 연내 우이신설선 방학선 연장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아파트 주변에도 역사가 계획됐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동구 행담동 '행당대림' 전용 59㎡도 지난 26일 9억1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2년 전만 하더라도 11억8800만원(9층)에 매매됐고 지난해 8월에도 10억원(10층)에 팔리며 가격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해 2020년 7월 수준으로 내려왔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10년 내외로 살던 집주인들이 처분에 나서고 있다"면서 "드물게 나타나는 매수자도 이전 매매보다 싸게 사겠다고 하니 집주인들이 힘을 쓰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서울 외 수도권도 집값 낙폭이 커졌다. 인천은 중구 집값이 영종 지역을 위주로 0.23% 내리면서 0.05% 하락했다. 경기는 고양 덕양구가 0.14%, 김포시도 0.05% 올랐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하락이 이어지고 오산시(-0.28%), 동두천시(-0.22%) 등이 큰 낙폭을 기록하며 떨어지면서 0.08% 주저앉았다. 전셋값 상승 멈추고 보합 전환…"학군지·역세권 위주 상승"오름세를 보이던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28주 만에 상승을 멈추고 보합 전환됐다. 수도권은 0.05% 상승폭을 유지했고 지방은 0.04% 하락했다.
서울은 매매시장 관망세로 전세수요가 증가하면서 0.06% 상승했다. 다만 전주 대비로는 상승 폭이 0.01%포인트(P) 줄었다. 성동·노원구가 0.14% 올랐고 용산구(0.10%), 은평·영등포·동작구(0.09%)가 뒤를 이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매 대신 전세 인기가 높아지며 기존 전세 새대도 갱신계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해 신규매물이 감소했다"며 "학군·역세권 등 정주여건 우수한 선호단지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서구가 0.17%, 부평구가 0.12% 오르면서 0.07% 상승했다. 경기는 오산시(-0.26%), 시흥시(-0.17%), 성남 수정구(-0.16%) 등이 하락했으나, 수원 팔달구(0.38%), 고양 덕양구(0.28%), 고양 일산서구(0.26%) 등이 오르면서 0.05% 상승을 유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