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바닥 아니다"…'매수' 사라진 LG생활건강

입력 2024-02-01 07:53
수정 2024-02-01 08:32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에 부정적인 투자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단기간 내 실적이 반등하긴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주가 흐름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LG생활건강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한국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상상인증권은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으나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49만원으로 조정했다.

증권가 눈높이가 낮아진 배경엔 부진한 실적이 있다. LG생활건강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 줄어든 547억원이었다. 매출은 13.3% 감소한 1조5672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순손실 규모는 1204억원에 달했다. 뷰티, 생활용품(HDB), 식음료 매출이 모두 줄었다. 또 중국 시장의 수요가 약세를 보이며 뷰티 사업의 수익성이 훼손됐고, 해외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 실적에 대해 "중국 매출은 선방했지만 면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60% 감소하는 등 크게 부진했다"며 "회사 측은 천기단 신형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판매량을 조절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 모든 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화장품 부문 체질 개선 비용이 발생했다"며 "소비 경기 둔화, 추운 날씨 영향으로 음료 부문 실적도 예상에 비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이 개선되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법인의 적자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올 1~2분기에도 영업적자는 이어질 것"이라며 "면세 매출이 급감한 점을 고려했을 때, LG생활건강이 판매하는 화장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 수요가 온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LG생활건강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부터 스킨케어 브랜드 '후'에 대한 리브랜딩에 나섰고, 일본 시장은 중저가 색조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출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문판매 중심이었던 에이본 사업을 효율화하고 멀티브랜드숍 채널 위주로 중저가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빌리프'의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허제나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효율적인 채널을 정리하고, 성장성이 큰 지역의 매출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며 수익성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체질 개선 효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주가 흐름을 부진할 것"이라며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