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70~80대 노인들이 9300만원의 거액을 기부했다. 약 1만명이 십시일반 모은 금액이다. 이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취지로 콩나물을 파는 등의 소일거리 급여와 용돈을 꾸준히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는 지역 경로당 634곳에 다니는 노인 1만명과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임직원 등이 9335만6000원을 기부했다고 31일 밝혔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관계자는 "대한노인회 주관의 기부 행사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경주 지역 경로당 노인들이 한마음으로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주 노인들은 지난달부터 작게는 1000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기부금을 모아왔다. 성건 부엉마을 경로당의 김은순(80) 씨는 경로당 청소 등으로 매달 받았던 20만원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서 모은 100만원을 기부했다. 용강동 경로당의 김경환(89) 씨도 평소 용돈을 아껴 모은 100만원을 기부했다.
아예 농작물을 기부하거나, 이를 팔아 번 돈을 쾌척한 사례도 있다. 내남면의 박승석(78) 씨는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쌀 360kg을 기부했고, 현곡 센트럴 푸르지오 경로당 할머니들은 직접 콩나물 재배해 팔아서 번 수익 10만원을 기탁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로당 어르신들과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등 많은 분이 모아주신 정성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어르신들의 마음이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