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첫 사망사고…국회로 몰려간 기업인 '절규'

입력 2024-01-31 18:20
수정 2024-02-01 02:06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된 1월 27일은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표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날이다.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데 정치적 득실 계산에만 빠져 기업인을 사지로 내모는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가.”(김동경 경기자동차정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 대표들이 31일 국회 본관 앞에 모여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국회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관련 협회·단체 소속 중소기업인 3500여 명(중기중앙회 집계)이 집결했다.

김동경 이사장 등 지역 업종 대표가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울분에 찬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동조하며 함성을 외쳤다. ‘771만 중소기업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는 문구가 적힌 초대형 현수막을 본관 계단에 펼치기도 했다. 특정 정책 이슈로 3000명 넘는 기업인이 국회에 모인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 정도 규모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집결한 건 중기중앙회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제주 기업인들이 새벽부터 올라왔을 정도로 절박한 사정을 정치권이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중대재해법과 같이 기업인 처벌에만 목적을 둔 법률로는 사망 사고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의원실에 ‘중대재해법 유예요청 호소문’을 전달했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1일 열릴 예정이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시행 유예 법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주장하며 발을 빼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그리는 가운데 이날 부산 기장군에 있는 상시 근로자 수 10명의 한 영세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첫 중대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확대 적용한 지 닷새 만이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이미경/이슬기 기자 leeway@hankyung.com